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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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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유명 빵집이자, 튀김소보로가 명품인 성심당. 이 회사의 임길순 창업자는 여느 빵집 주인과는 다른 사명이 있었다. 빵을 팔아 돈 벌려고 창업한 것이 아니라, 6·25 동란 후 대전역에 굶주려 누워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빵을 공짜로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쉽게 말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려운 자를 돕기 위한 창업이었다.
그 때문에 경영목표도 재무적인 것이 아니었다. 목표 수익률 대신 그날 만든 빵의 3분의 1을 기부하는 것이 설립 초기부터 경영목표였다. 경영 혁신도 그런 명분 아래 이뤄졌다. 하루에 100개를 공짜로 주려면 200개는 팔아야 하는데, 더 많은 빵을 공짜로 나누려면 훨씬 더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게 사업확장의 비법이었다. 창업자의 생각에 공감한 직원들의 도움으로 이 회사의 생산성은 해마다 높아졌고, 신제품 개발에서도 경쟁업체를 앞서왔다.
필자는 성심당 같은 회사를 감히 '위대한 기업'이라고 부르는데, 위대한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경영 목표를 공유하는 '생각의 동지'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창업자, 혹은 기업 대대로 이어진 업(業)의 미션을 종업원 대부분이 소명으로 받아들인다. 요컨대 위대한 기업은 기업 철학과 핵심가치를 내재화하는 교육훈련을 엄격하게 실시하여 기업 구성원을 기업철학을 따르는 충실한 제자로 키워내는 조직인 셈이다. 제자들의 생각이 조직의 행동으로 표출되고, 그 행동이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혁신과 문명을 만든다. 그래서 위대한 기업에는 동지적 제자들이 많다. 이것이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마법 같은 연금술(magical alchemy)이다.
사실 이런 원칙을 가장 먼저 실천한 조직이 종교이다. 예수는 12명 제자를 길러내었고, 이들 제자가 오늘날의 교회를 만들었다. 제자들은 리더의 꿈과 미션을 목숨을 걸고 완수한다. 최고의 종교에는 순교자가 많고, 종교의 성장과 확산의 주역은 제자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위대한 기업가는 돈을 이야기하기 전에 꿈을 이야기한다. 그래야 사람이 모이고, 혁신이 만들어진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그런 기업이다. 요즘 주목받는 패션브랜드 파타고니아도 마찬가지다. '지구를 위해 존재한다'는 이 회사는 동종업계 경쟁사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30년 넘게 거두고 있다.
요즘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정말 위기일까. 필자는 한국 경제보다는 한국 기업가들이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주변에서 위대한 기업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미션에 대해 구성원들과 의미공유를 하기보다는 단기 관점에 얽매여 얄팍한 수익공유에 그치려는 이들이 많다.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해당 구성원들이 기업가의 생각에 공감하고 이를 실천하는 동지가 되어야 하는데, 과거보다 그런 품성을 지닌 기업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가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가 왜 이 사업을 하는가?'라고 말했다. 위대한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면 기업가부터 자신의 철학을 명확히 세우고, 구성원의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돈이 아니라 꿈을 파는 기업가가 늘어나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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