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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꿈마저 짓밟는 싱하이밍 대사

입력
2023.06.14 04:30
25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뉴시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뉴시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우리 주권을 무시하는 연이은 발언이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그의 발언이 과도하다 못해 내정간섭의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중관계는 악화일로에 처했다. 문제는 일국의 대사가 이를 부추긴다는 점에 있다. 대사라 함은 한 국가를 대표하는 전권임명특사다. 정부를 대표하고 대변하는 책무가 주어진다. 따라서 그의 최대 임무는 주재국과의 관계 발전과 양국민의 우호증진 기여에 있다. 따라서 주재국의 언어에 능통하고 그 나라의 문화, 역사, 풍습, 전통에 해박한 지식을 겸비한 이가 대사로 파견된다.

싱 대사의 이력과 경력도 이런 기본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주어진 책무에 다하지 않고 오히려 그릇되게 하는 데 이용한다. 한중관계 악화에 한국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나 '미국 편에 서면 후회한다'는 발언에서 그 실상이 드러났다.

필자로서는 더 기가 막힌 발언이 6월 2일 제주포럼에서 나왔다. 그 자리는 한중일 3국 청소년을 위한 자리였다. 거기서 그는 희망 메시지를 주기는커녕 고압적인 자세와 주최국인 한국을 비판하는 언사로 일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권문제로 간주하면서도 대만 문제에서 이를 배척하는 것을 두고 한국어로는 '내로남불', 중국어로는 '왕기정인(枉己正人·자기 자신은 바르지도 않으면서 남을 바르게 하려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반도와 대만 문제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대만 문제의 국제화 반대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정찰위성에 대한 유엔 결의안에 중국의 협조 가능성이 낮다고 공표했다. 속된 말로 '애들 데리고 할 짓'이 아니었다. 왜냐면 그 자리는 한중일 3국 청소년의 악화된 상호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에서 일국의 대사가 행사를 망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싱 대사의 언행은 1989년 5월 중국 천안문광장에서 민주화 시위가 막 시작될 때 부임한 제임스 릴리 전 미 대사의 것과는 상반된다. 릴리 대사는 베이징 대학생의 의견 수렴과 이해 증진을 위해 교정에서 토론을 자주 가졌다. 베이징 당국의 계엄령이 확실시되자 그는 유혈진압만은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본국의 도움에 대한 그의 요청이 묵인되었음에도 말이다. 대사가 정작 보여야 할 모범적인 모습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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