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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는 아동학대 해결책이 아니다

입력
2023.06.14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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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아동학대 사건 뉴스를 볼 때면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20년 전, 4년 차 검사 시절 맡았던 아동학대 살인사건의 기억이 떠오른다. 수년에 걸친 학대로 아동이 사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야산에 사체를 은닉하였던 사건이었는데, 학교도 보내지 않고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학대했던 계모와 친부의 방임 사실보다도 마을 주민 10여 명이 이에 가담하여 해당 아동에게 수시로 폭력과 학대를 행사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이었다.

당시는 아직 아동학대처벌법 등이 제정되기 전이었고, 경찰에서 상해치사죄로 송치되었으나 장기간의 여러 신체적 학대로 사망한 점을 확인하여 살인죄로 기소하면서 피해 아동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다만, 학대에 오랜 시간 동조하고 가담한 마을 주민들은 도대체 어떤 심리로 그리하였던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많은 고민을 했으나 뚜렷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었는데, 요즈음 학교폭력 가해자에 동조하는 주변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더욱 답답해진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간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의하면,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암수범죄가 많은 아동학대 범죄의 특성상 실제로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 범죄 발생이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키는 아동학대 사건들이 발생하자 국회도 특별법을 만들고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대한 범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엄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한 이후에도 오히려 범죄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동학대나 성폭력 범죄, 스쿨존 교통사고 등 이슈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근본적인 연구나 검토보다는 급하게 땜질식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온 사회가 엄벌과 가해자 처벌에 관심을 쏟는 동안, 정작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연구나 사회적 논의를 위한 기반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 때마다 발의되는 처벌 강화 특별법보다도 사회안전망, 신고체계, 인식개선과 교육 측면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가슴 아픈 아동학대 사건을 막기 위해 순간적 분노를 넘어서 근본적 해결을 향한 고민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소중한 마음이 모여서 아동학대를 줄여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아동학대 뉴스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이동수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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