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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수사관 5명 바뀌더니 불송치… 코인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 경찰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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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닝시티(Mining City·비트코인 채굴 지분판매 사업)로 피해본 사람이 어딨나요. 검찰·경찰 어디서도 (제 혐의를) 입증 못 했어요. 전 다 소명했거든요.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지한 상태에서 억지를 부리는 겁니다. 제가 8년 동안 이 일을 했는데, 문제가 있다면 여기 없을 겁니다."
마이닝시티 개발에 참여해 다단계 사기 의혹을 받는 A씨가 지난 9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전한 내용이다. 실제로 A씨는 2020년 9월부터 2년간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처벌을 피했다. A씨에게 속아 마이닝시티에 투자했다는 피해자들이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지난해 6월 불송치 결정했다.
피해자들은 그러나 수사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한다. 수사 종결까지 21개월간 수사관이 5명이나 교체됐고, 수사도 매우 더뎠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 책임자들은 수사력이 A씨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비트코인 추적 기술도 변변치 않았고,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관 한 명이 복잡하고 광범위한 코인 다단계 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이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마이닝시티는 비트코인 채굴 지분(해시 파워)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비트코인을 사는 것보단 채굴에 투자하는 게 낫다며 채굴 계정을 판매했다. 본사는 키프로스에 있지만 실제 직원들은 폴란드에서 일하고 있고, 이를 한국에 소개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2019년 8월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투자한 돈의 63%는 채굴기 해시 파워로 제공하고, 35%는 저변 확대 수수료, 2%는 관리비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A씨가 언급한 수수료 35%가 다단계 수당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비트코인 채굴기의 생산 능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불거졌다. A씨 설명대로라면 투자 원금은 1년 내에 회수돼야 하지만, 채굴 능력 악화로 원금 보장도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채굴 경쟁이 심해졌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회원들에게 '비트코인볼트'(이하 볼트)를 소개했다. 비트코인보다 채산성이 월등하며 전송 취소 기능까지 갖춘 볼트를 채굴하면 더 많은 이득을 볼 것이란 설명이었다. 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닐(현재 폐쇄)에 2019년 12월 1,000원대에 상장한 볼트는 2020년 8월 7일 58만 원까지 급등했지만, 한 달 만에 13만 원대까지 폭락했고, 12일 기준 3,0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1년 9월 중국에서 채굴기 20여만 대를 도난당했다는 등의 이유로 코인 채굴도 중단됐다.
A씨 등 8명을 사기 혐의로 경기 의정부경찰서에 고소한 김태희씨는 "400만 대가 넘는 채굴기 가운데 고작 20만여 대가 도난당했다고 채굴을 중단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현재는 채굴 계정 내 자산도 출금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억5,000만 원을 투자해 원금의 80% 넘게 잃은 김씨는 마이닝시티의 전체 채굴기 계정을 근거로 피해액이 4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재 카카오톡 단체방 2곳에는 총 2,000명의 피해자가 모인 상태다.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다.
투자자들이 고소했지만 수사 진척은 없었다. 2021년 2월부터 1년간 수사를 책임졌던 B수사과장은 잦은 수사관 교체에 대해 "두 번은 인사이동 때문이며, 두 번은 역량이 뛰어난 수사관에게 맡기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건을 처음 배당받은 첫 번째 수사관을 제외하고 두 번째 수사관은 B과장과 함께 사건을 맡게 됐다. B과장이 수사 경력을 고려해 세 번째 수사관에게 사건을 맡겼지만, 한 달 만에 인사이동이 나면서 네 번째 수사관이 사건을 맡았다. B과장은 수사 역량을 고려해 지능2팀장에게 사건을 다시 맡겼다고 했다. B과장은 "당시만 해도 일선 경찰서에서 비트코인 추적 기술이 부족해 돈세탁을 하면 추적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코인 다단계 사기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서 담당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도 했다. 당시 사건을 종결한 C수사2과장은 "A씨를 비롯해 마이닝시티 관련자들을 조사했지만 압수수색은 하지 못했다"며 "마이닝시티를 강제수사하려면 수사 인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당시 인력으로는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12명이 지난해 4월 경기남부경찰청에 사기 혐의로 A씨 등을 고소했지만, 분당경찰서로 내려간 뒤 결국 각하 처리됐다. 분당서 지능팀에 배당됐지만, 당시 현안이 많아 수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에 피해자들이 고소를 취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피해자들 주장은 다르다. 당시 고소 대표자였던 장모씨는 "담당 수사관이 일선 경찰서에는 비트코인 추적 시스템도 없고, 다른 경찰서에서 이미 불송치 결정이 난 사건이라 경찰청 단위에서 수사하는 게 더 낫다고 얘기해 고소 취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기 피해자를 주로 대리하는 천호성 변호사는 "코인 사기 사건 수사는 누가 이익을 취했는지 찾는 게 핵심"이라며 "최소한 피의자 계좌와 코인 거래소 계정을 압수수색해야 하는데 수사 인력 부족을 이유로 손 놓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계좌 정보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해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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