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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그라비아 모델 일자리 빼앗았다? 일본 '수영복 촬영회'가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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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이타마현이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이달 열릴 예정이던 '여성 수영복 촬영회'가 지방 의원 등의 반대로 취소되자 일부 일본 남성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페미니스트'와 '좌파'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그라비아 아이돌’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라비아’란 수영복 차림 여성이나 세미 누드인 여성을 촬영한 영상이나 화보집을 뜻하며, 여기에 출연하는 모델을 ‘그라비아 아이돌’이라고 부른다. 수영복 촬영회는 그라비아 아이돌을 촬영하는 행사로, 주로 남성들이 수만 엔의 입장료를 내고 참가한다.
논란은 지난 8일 사이타마현 의회의 일본공산당 젠더평등위원회와 소속 의원들이 ‘수영복 촬영회에 현립 공원을 대관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오는 24, 25일 현립 시라코바토 수상공원에서 열리는 수영복 촬영회의 과거 사진을 확인했더니 수영복 차림의 여성이 외설적 자세를 취하는 등 성 상품화를 목적으로 한 행사인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성년자들이 출연한 적도 있다"고도 했다.
사실관계를 검토한 사이타마현 공원녹지협회는 촬영회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 현 직영 시설을 수영복 촬영회에 대관하지 않겠다고 9일 발표했다. 이달 촬영회도 취소했다. 이에 분노한 남성들의 비난이 잇따랐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페미니스트와 좌파 공산당이 나치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일본 고유의 그라비아 문화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성토했다. 대관 중지를 요구한 여성 의원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너희가 수영복 촬영회에 대신 나가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일부 그라비아 아이돌도 트위터에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을 빼앗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여론은 과거 이곳에서 열렸던 수영복 촬영회 사진이 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역전됐다. 수영복을 입은 중학생 소녀에게 100명이 넘는 남성들이 카메라를 들이댄 모습이나 아크릴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성 참가자가 중학생 모델과 밀착 촬영을 한 사진 등이 공개된 것이다. "이런 행사를 현 공원에서 열었단 말이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오노 모토히로 사이타마현 지사도 해명에 나섰다. 오노 지사는 9일 “원래 너무 선정적인 자세나 노출이 심한 수영복은 안 된다는 것이 촬영회 허가 조건이었으나, 주최 측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 드러나 앞으로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최근 어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진이나 일러스트레이션이 공공장소에서 촬영·게시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반작용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성엄숙주의’라며 여성 인권 단체나 페미니스트들을 공격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번 논란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한 여성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남성들이 ‘그라비아 아이돌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내게서 성인물을 빼앗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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