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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같지 않은 착한 폐암, ‘간유리 음영’

입력
2023.06.11 17:5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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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간유리 음영은 해당 엽(葉)을 잘라내는 엽절제술이 표준 폐암 치료법과 달리 더 작은 범위인 구역절제술이나 쐐기절제술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간유리 음영은 해당 엽(葉)을 잘라내는 엽절제술이 표준 폐암 치료법과 달리 더 작은 범위인 구역절제술이나 쐐기절제술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들어 조기 폐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이전에는 폐암이라고 하면 ‘암 사망률 1위’라는 악명 높은 암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간유리 음영(ground glass opacity)’ 형태로 발견된 폐암은 이전에 얘기하던 폐암과는 완전히 다른 폐암으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흔히 암이라면 수술을 하고도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또 받아야 할 때가 종종 있고, 또 재발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간유리 음영 형태로 발견된 폐암은 적절한 수술만 받으면 완전히 치료되고,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할 정도로 악화한 경우가 없으며, 재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간유리 음영이란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폐의 일부분이 유리 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불투명해진 유리처럼 뿌옇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다. 사실 재정비된 공식 용어는 ‘간유리 결절(ground glass nodule)’이다.

간혹 간유리 음영은 착한 것이지만 간유리 결절은 나쁜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사실 같은 용어이며 오히려 간유리 결절보다는 고형 결절이 착한 양성 종양일 가능성이 더 높다.

간유리 음영이라고 해서 모두 폐암인 것은 아니고, 다른 원인으로 간유리 음영이 보일 때도 많다. 출혈ㆍ염증ㆍ섬유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간유리 음영 형태가 나타나기에 처음 찍은 흉부 CT 검사에서 간유리 음영이 보인다고 처음부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2~3개월 간격을 두고 다시 한번 흉부 CT를 찍어도 같은 형태로 보이거나, 영상의학과의 공식 판독에서도 초기 폐암이 의심된다고 하면 그때부터 걱정해도 늦지 않다.

폐암이 의심되는 간유리 음영은 ‘순수 간유리 음영’과 ‘부분 고형 간유리 음영’으로 나뉜다. 순수 간유리 음영은 균일하게 흐린 음영이고, 부분 고형 간유리 음영은 흐린 음영 안에 부분적으로 고형 성분이 하얗게 덩어리져 보이는 부분이 있을 때를 말한다.

진행 순서로 보면 작은 순수 간유리 음영으로 시작해 조금씩 커지다가 부분 고형이 조그맣게 생긴 후 그 고형 성분이 점점 커지고 순수 간유리 성분이 줄면서 결국 전체가 고형 성분인 고형암으로 악화한다.

조직학적으로는 침습성이 전혀 없는 제자리 암(0기 암)으로 시작해 침습적인 부분이 5㎜ 미만인 미세 침습 폐암, 그리고 5㎜ 이상 침습이 있는 침습성 폐암으로 진행된다. 한 가지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순수 간유리 음영이면 모두 제자리 암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결과, 순수 간유리 음영을 수술한 조직을 검토해보니 60% 정도가 이미 미세 침습 폐암이나 침습적 폐암이었다. 하지만 안심해도 되는 것은 아무리 침습적 폐암이라도 부분 고형 성분이 5㎜ 미만의 간유리 음영 형태일 때 수술한다면 림프절 전이가 동반되거나 재발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간유리 음영이 폐암일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눈물을 흐리는 환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간유리 음영 폐암은 기존에 알던 폐암, 즉 거의 75%가 수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견되고, 수술해도 50% 정도만 완치되던 진행성 폐암과 달리 수술하면 거의 완치되는 완전히 다른 폐암이다. 쉽게 말해 폐암 같지 않는 ‘착한’ 폐암이다.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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