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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만삭 아내 살인' 무죄 확정 남편... 31억 보험금 소송도 이겼다

입력
2023.06.09 16: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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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보험 사기·고의 살인 아냐"
"아내, 한국어 이해하고 계약 체결"
12개 보험사 상대 소송 '8승 4패'

A씨와 B씨의 차량이 2014년 8월 23일 갓길에 정차해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충남경찰청 제공

A씨와 B씨의 차량이 2014년 8월 23일 갓길에 정차해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충남경찰청 제공

교통사고로 위장해 만삭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무죄를 확정받은 남편이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또 승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성지용)는 8일 남편 A씨와 그의 딸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31억 원 상당의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인근에서 아내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사망보험금 96억여 원을 타내기 위해 정차해 있던 화물차에 자신의 차량을 고의로 충돌시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를 살해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보험금 액수와 가입 경위 등을 살펴보면 고의 살인이 의심되긴 하지만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A씨는 무죄 확정 판결 이후 보험사 12곳을 상대로 "아내의 사망보험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삼성생명을 상대로 한 소송가액은 31억 원으로 액수가 가장 컸다. 보험사들은 ①A씨의 보험 계약은 보험 사기이고 ②B씨가 계약 체결 당시 한국어를 못해서 계약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③B씨 사망은 A씨의 고의 살인 때문에 발생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험 사기' 주장에 대해선 "A씨가 사고 직전에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게 아니라 결혼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꾸준히 가입했다"며 보험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의 살인' 주장도 무죄 확정 판결을 근거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B씨가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보험모집인 증언 등을 토대로 기각했다. 항소심도 역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A씨가 모든 보험금 소송에서 승소한 건 아니다. 일부 재판부가 "B씨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한국어로 의견을 나누고 명백한 의사를 밝힐 만큼 소통능력을 갖추진 못했다"며 "B씨가 모국어로 된 약관 등을 받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진정한 의사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현재까지 12개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8승 4패를 기록했고,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선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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