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기 개최 능력 한계 드러난 예천 아시아U20육상선수권대회

입력
2023.06.09 16:22
수정
2023.06.10 08:40

타 지역 산속 리조트에 외국인 선수 숙소 배정
하루 2차례 1시간 버스 이동 "이탈 방지 목적" 논란
180억원 예산 든 국제 행사 비해 홍보도 효과 미미

지난 7일 예천아시아U20육상경기선수권대회 폐막 이후 관계자와 선수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예천군 제공

지난 7일 예천아시아U20육상경기선수권대회 폐막 이후 관계자와 선수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예천군 제공


경북 예천에서 열린 제20회 아시아U20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지난 7일 4일간 경기를 끝내고 막을 내린 가운데 국내 최초 소도시 국제대회 개최라는 의의에 대비되는 한계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예천군은 대회 폐막 이후 "장대높이뛰기 대회 신기록을 비롯해 70여명의 선수들이 시즌 베스트와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데, 이는 예천군이 대회 전부터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설물을 새로 설치하는 등 많은 준비와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대회조직위원장이기도 한 김학동 예천군수는 "예천군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미래를 열어가는 육상도시 예천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겠다"는 폐회사를 냈다. 군은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았고, 예천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구체적 성과에 대한 분석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예천군은 지난해 대회를 유치하면서 "2년마다 20세 이하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U20육상경기선수권대회는 아시아 45개국에서 선수 코치 등 1,5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대회로 우리나라에서는 예천군이 최초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정작 대회를 치르고 보니 달랐다. 참가 선수 임원은 우리나라를 포함 24개국 535명으로 예상 인원의 절반에 불과했고, 450여 명의 외국 선수 임원 숙소는 경기장에서 버스로 1시간, 56㎞ 떨어진 문경시에 정해 지역 상인들의 불만을 샀다.

외국 선수 임원들은 문경시내에서도 한참 떨어진 깊은 산속에 위치한 리조트에서 숙박과 식사까지 소화하는 불편을 겪었다. 오전 5시30분 숙소를 출발해 10시30분까지 오전 일정을 끝낸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에는 3시 숙소를 나서 8시까지 야간 경기를 치르고 재차 숙소로 돌아가는 피곤한 일정을 보내야 했다.

지난 3월 군의회에서도 숙소문제가 제기됐다. 김홍년 예천군의원은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때에는 카라반 등을 준비해 대회를 치렀는데, 예천군은 예산을 투자해 대회를 유치하고는 문경시에 좋은 일만했다"고 질책했다. 군 담당부서는 답변에서 "여러 국가 선수에 맞춰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선수관리차원 등을 감안한 불가피 결정이었다"고 말했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더구나 산속 리조트를 숙소로 정한 이유 중의 하나로 "선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는 답변을 내놔 국제적 인권침해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예천군이 군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대회경비 28억원, 예천스타디움 시설보수 52억원, 조명타워 설치 42억원, 아스콘 포장 도색 화장실 수리 50억원 등 모두 180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군은 국제대회를 유치하면 경기상황을 국내와 아시아 참가국들에게 TV중계, 인터넷 중계 등 예천군을 전국 및 세계에 알리는 홍보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홍보조차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대회 임에도 불구하고 대회와 계약한 한 스포츠방송 외에는 전국 언론에는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강영구 예천군의원은 "당장 내년에도 세계양궁 월드컵대회를 유치했는데 유치 과정에는 고생했지만 인프라 구축 없이 대회만 유치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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