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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까지 탑승했지만…메타버스 흥행 전망은 ‘글쎄’

입력
2023.06.10 04:30

애플,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 출시
시들해진 메타버스 시장 기폭제 역할 관심
'비전 프로' 초고가 가격 등은 걸림돌
[아로마뉴스(47)]6.5~9

편집자주

4차 산업 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2023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신제품인 MR 헤드셋 '비전 프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쿠퍼티노(미국)=AFP 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2023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신제품인 MR 헤드셋 '비전 프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쿠퍼티노(미국)=AFP 연합뉴스

“오늘은 컴퓨팅 방식에 있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9년 만에 공개한 야심작인 만큼, 자신감은 충만했다. 이 제품 개발에만 1,000여 명이 7년 동안 매진해 왔단 소식에선 기대감도 더해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렸던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 참석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선보이며 내비친 청사진에서다. MR은 현실 세계에 3차원(3D) 가상 물체를 겹친 증강현실(AR)의 확장 개념이다. 팀 쿡 CEO는 이 자리에서 “맥이 개인용 컴퓨터(PC)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면 비전 프로는 이용자들에게 공간 컴퓨팅을 선보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동안 아이폰에서부터 아이패드와 아이팟, 맥 등 출시 제품마다 글로벌 히트상품에 등극시키면서 축적한 내공이 반영된 듯했다.

비전 프로는 출시 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제품이다. 쿡 CEO가 2011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색채로부터 탈피,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이후 선보인 첫 하드웨어란 측면에서다. 사실상 쿡 CEO의 손에서 빚어진 비전 프로가 애플의 역대 히트상품 계보에 합류할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사다.

여기에 시들해진 3D 가상세계(메타버스) 시장 회복의 기폭제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때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됐던 메타버스는 현재까진 찬밥 신세다. 실제 메타버스에 진출한 기업들은 최악의 실적을 경험했다. 당장 사명까지 변경하면서 메타버스에 올인한 메타(옛 페이스북)의 성적표부터 낙제점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는 지난 한해 기준만 137억2,000만 달러(약 16조8,600억 원)에 달한다. 야심차게 오픈한 메타의 VR 세계인 ‘호라이즌 월드’의 지난해 말 월간 이용자 수는 목표치인 50만 명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30만 명 이하에 머물렀다.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22’ 행사에서 “향후 10년 내 이용자 수는 10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공언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예측이 무색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 들어 1만 명 이상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메타의 감원 대상엔 메타버스와 직접 연관된 부서도 포함됐다.

이미 메타버스에서 하차한 기업까지 나왔다. 월트디즈니는 메타버스 전략부서를 아예 폐지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사업 철수 수순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전자업계 공룡 기업인 애플의 메타버스 시장 진출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애플의 메타버스 사업을 장담할 순 없는 분위기다. 비전 프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서다. 우선 기존 가상현실(VR)이나 AR 헤드셋과 달리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비전 프로의 눈동자나 손, 목소리 등으로 가능한 제어 기능은 탁월해 보인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 등 애플의 기존 디지털 기기와의 원활한 연동도 장점이다.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내년 초부터 미국에서 판매될 비전 프로의 가격은 3,499달러(약 456만 원)에 달한다. 최근 499달러(약 65만 원)로 출시된 메타의 VR 기기 ‘퀘스트3’에 비하면 초고가 다. 대중성을 가져가긴 어려운 수준이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당시 1,299달러(약 215만3,000원)에 내놨던 ‘메타 퀘스트 프로’ VR 헤드셋 출고가를 올해 3월엔 999달러(약 131만8,000원)까지 인하했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외장배터리 이용 시, 2시간에 불과한 비전 프로의 지속시간 또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엔 부족하다. 내년 출시 예정이지만 정작 이용자들이 볼 만한 콘텐츠가 모자란다는 부분도 걸림돌이다. 비전 프로 착용 시 부담스러운 무게감 또한 마이너스 요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의 진단도 냉정했다. 비전 프로 공개 첫날인 지난 5일 애플 주가는 전일(2일) 종가 대비 0.76%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가격과 이용할 만한 콘텐츠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엔 애플의 비전 프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며 “지금까지 공개된 비전 프로의 내용만 볼 때 애플의 메타버스 사업에서 확장성을 기대하긴 힘든 형편이다”고 전했다.

한편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AR·가상현실(VR) 헤드셋 출하량을 전년 대비 18.2% 감소한 745만 대로 내다봤다.


허재경 이슈365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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