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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열기로 부산 외교능력도 업그레이드… 하루에 3개 도시와 우호 협정

입력
2023.06.10 04: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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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 활동과 대형 국제행사 통해
해외 자매·우호 도시, 고위인사 방문 급증
글로벌 스마트센터지수 아시아 3위 차지
현안 공동 해결 방식으로 교류 방식 전환
박형준 시장 "지방외교 인식 전환 필요"

박형준(가운데) 부산시장과 페터 첸처 독일 함부르크 시장이 지난달 4일 독일 함부르크 시청에서 우호협력도시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형준(가운데) 부산시장과 페터 첸처 독일 함부르크 시장이 지난달 4일 독일 함부르크 시청에서 우호협력도시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오후 6시쯤 부산시청 7층 국제의전실. 동티모르 수도 딜리시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우호협력도시 협정서에 서명했다. 이날 오후 부산시는 같은 장소에서 아프리카의 앙골라 루안다주와 케냐 몸바사주와도 자매도시 협정을 체결했다. 이례적으로 하루에 3개 도시와 관계를 공고히 하는 협정을 체결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가 하루에 3곳의 도시와 자매·우호협력도시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으로 해외 교류협력에 탄력이 붙은 부산시가 외연 확장과 지속 가능성에 맞춘 지방외교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해외 교류 방식을 유지하는 동시에, 해외 도시들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 도시들과의 내실 있는 관계 맺기 확대 중

8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34개국 44개(자매 28개, 우호협력 16개) 도시와 협력 체결을 맺었다. 15일에는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시와도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비틀스’의 도시 영국 리버풀을 비롯해 이탈리아 제노바, 스리랑카 콜롬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등과 협약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은 광폭 행보다. 자매도시는 지방의회 승인 절차가 필요한 행정적 결연관계로, 장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교류가 이뤄지는 관계다. 우호협력 도시는 자매도시의 전 단계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부산시의 지방외교는 탄력을 받고 있다. 이수정 부산시 도시외교정책팀장은 “자매도시나 우호협력도시 협정 체결은 부산이 당면한 세계박람회 유치에 도움을 주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상대 도시들도 엑스포를 가교로 장기적 측면에서 관계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엑스포 유치를 계기로 새롭게 해외 도시들과 맺은 관계를 향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2023 해양수산 국제 콘퍼런스'. 태평양도서국 10개국의 정상 및 고위급 관료들이 참석했다. 부산= 뉴시스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2023 해양수산 국제 콘퍼런스'. 태평양도서국 10개국의 정상 및 고위급 관료들이 참석했다. 부산= 뉴시스

지방외교 저변 확대는 엑스포 유치전으로 늘어난 각종 포럼 등 국제 행사가 중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 뉴질랜드와 솔로몬제도, 팔라우 등 태평양도서 10개국 정상과 고위급 관료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는 이들 국가와 해양을 고리로 인적교류와 개발협력,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산을 찾는 상대국 관계자들의 격도 한층 높아졌다. 부산에 있는 영사나 주한대사를 벗어나 최근에는 세계 각국의 고위급 장·차관을 비롯해 대통령, 국회의장단 등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교류나 사업 추진 등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관 영국 지옌이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센터지수(SCI)에서 부산은 세계 77개 도시 중 19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서울(28위)을 제치고 1위를, 아시아에선 싱가포르(6위)와 홍콩(10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부산시는 이를 지방외교의 성과로 보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다양한 방문과 협정, 국제행사 등을 계기로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이 외연을 크게 확장해 부산 도시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제5차 한-아프리카 포럼에 참석한 아프리카 주요 외교장·차관급 인사들이 부산 북항재개발 지역에서 브리핑을 듣고 있는 모습. 부산시 제공

지난해 3월 제5차 한-아프리카 포럼에 참석한 아프리카 주요 외교장·차관급 인사들이 부산 북항재개발 지역에서 브리핑을 듣고 있는 모습. 부산시 제공


지방외교 도시 간 교류 방식의 진화

부산의 외교 활동은 전통적 형태와 미래지향적인 형태가 공존하고 있다. 기존의 각종 전시회나 교류, 연수 등의 방식과 함께 최근에는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공조 활동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부산시는 기존 자매결연을 맺은 해외 도시들과의 지속적 협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1966년 첫 자매도시 협약을 맺은 대만 가오슝시에는 해마다 가오슝 등축제에 시 대표단과 공연단을 파견한다. 도서교류와 대학생 교류, 항만포럼, 관광홍보 행사 등을 이어오고 있다. 2006년 출범한 부산-후쿠오카 포럼과 부산-일본을 연결하는 조선통신사 교류 등이 형식을 달리해 맥을 잇고 있고, 다양한 국가별 교류협력 방안 논의를 위한 ‘부산외교포럼’도 최근 출범했다.

지방외교의 성패는 공동 현안을 함께 해결하고 서로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부산시는 동티모르 딜시시와는 현지의 폐기물 처리 등 도시기반 운영 전반에 대한 정보공유를, 앙골라 루안다주와는 정보기술(IT) 분야 협력을, 케냐 몸바사주와는 커피 산업 발전 공동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이 지난해 11월 6일 김해공항 내 접견장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만나 부산시와 독일 도시와의 교류 협력과 자매결연 체결 등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부산시 제공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이 지난해 11월 6일 김해공항 내 접견장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만나 부산시와 독일 도시와의 교류 협력과 자매결연 체결 등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부산시 제공

황영하 부산시 외교통상과장은 “도시 간 공유할 수 있는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세부 분야별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교류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필요하면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문제 해결 방안도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교류재단이 지난달 29일부터 5일 동안 새롭게 추진하는 첨단 교통 분야 정책과 관련해 마련한 연수에는 인도, 파키스탄, 파푸아뉴기니, 스리랑카 등 ODA 대상국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국의 교통문제 해결에 대한 해답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부산의 성공 사례를 다른 나라에 나눠주는 ‘부산형 ODA’ 모델 발굴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G-Busan 라운드테이블(국제화 관련 기관이 모여 정보 공유 및 정책을 논의하는 장)’을 발족해 관련 회의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전통적 형태의 도시 교류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차원에서의 협력 형태로 지방외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단순한 친교를 넘어 함께 발전하기 위한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지방외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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