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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회생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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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더불어민주당 혁신위는 이재명 대표 체제의 온전한 존속을 전제로 한다. 이를 민주당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당내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 체제를 포함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모면하기 위해 이리 꼬고 저리 꼰 게 현재 혁신위라는 문제의 제기다. 사실 민주당 혁신의 배경은 많은 경우 ‘이재명’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그의 사법 리스크, 당대표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코인 사태, 강성 팬덤 등의 문제는 결국 이재명 체제의 문제이고, 이를 어떻게 벗어날지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년 이재명 체제와 문화부터 되돌아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임명 9시간 만에 물러난 혁신위원장 사태는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봐야 한다. 당의 온갖 문제를 바로잡는 혁신을 하겠다면서 친이재명계 편향인사를 낸 것 자체가 자질 논란 이상의 문제였다. 민주당이 바라는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고이고 고여버린 민주당의 현실’이란 정의당 지적이 뼈아프다.
민주당의 질곡은 내부 깊숙이 존재해 대증요법으론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거의 모든 문제가 대표 체제와 연관된 만큼 이를 놔두고 해답을 찾기도 쉽지 않다. 개별적 사안들을 떠나 민주당 내부 상황을 외부의 힘을 빌려 돌파하는 것이 가능한지, 적절한지 의문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 대표 말대로 '국민에게 신뢰받고 더 새로운 당을 만들려면' 당내에서 추진력을 찾을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고여 있는 민주당에 물꼬라도 내 변화를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없다는 데 있다. 초·재선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이나 이를 기대할 분위기는 아니다. 사정을 보면 당내의 친문 친명 반명도 아닌, 당내 세력들로부터 자유로운 지대의 인사들이 나서는 게 맞을 것이다. 이런 경우 총선 불출마 선언 같은 희생과 헌신에 대한 요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의 혁신을 이끄는 사람이 반드시 현실 정치를 떠나야만 도덕적 설득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회생을 위해선 이제 누군가 손을 들고 나서는 길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치가 균형감을 잃고 당파 정치에 빠진 연원은 아들 부시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른바 ‘로브 독감’이 정치권을 강타, 당파적 이익에 관여하지 않는 정치인 뇌는 모두 기능정지된 결과이다. 백악관이 이념적으로 운용되면서 국내 어젠다는 정치적 득실로만 선택되고 추진되었다. 정치특보 칼 로브 등 정치꾼만 득세, 정책 실행성을 따지는 정책광은 설 자리가 없었다. 우리 언론이 미국 정치를 더는 ‘선진적’ ‘모범적’ 사례로 등장시키지 않은 것도 이때부터다. 뒤이은 오바마 정부도 그 반작용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고, 트럼프 정부의 출현이 보여준 것도 양분화로 치닫는 미국 모습일 뿐이었다.
우리 정치가 미국과 같다고 할 수 없지만 정치의 증상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우리 정치와 사회도 ‘조국 독감’에 걸려 그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독감은 진영 논리, 당파적 주장이 아니라면 파괴해 버리는, 로브보다 더한 바이러스로 변이돼 있다. 이에 기대고 있는 지금 민주당에는 김남국 사태에서 확인됐듯 진실은 없고 여전히 정치만 남아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민주당’에 의지하는 신세인 점에서 민주당 혁신은 우리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벼랑에서 가지를 잡고 아등바등 오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잡은 가지를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가히 대장부라고 백범은 적었다. 민주당에서 목격되어야 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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