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유족들 눈 피해 몰래 출근 박희영 용산구청장, 우려와 비난 쇄도

입력
2023.06.08 20:00
수정
2023.06.08 23:40
17면
구독

보석 석방 하루 만에 출근 강행
유가족·구청 직원 간 실랑이도
정상업무 의문, 증인 회유 우려
안정 찾은 구청도 다시 뒤숭숭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구청장실 앞에서 보석 석방 이후 첫 출근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청장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구청장실 앞에서 보석 석방 이후 첫 출근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청장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박희영이 공황장애라면 유가족은 살아있는 시체다.”

8일 오전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서울 용산구청 9층 구청장 집무실 앞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닫힌 문을 밀치고 문고리에 매달리며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불러냈다. 수감 중이던 박 구청장이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석방된 지 하루 만에 업무에 복귀한다는 소식에 출근 저지에 나섰지만, 유족들을 피해 새벽에 몰래 출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울분을 터뜨렸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자로 구속됐던 박 구청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비정상적 구정 운영과 증거 인멸에 대한 우려가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유족들은 “무능하고 파렴치한 자에게 23만 용산구민의 생명과 이태원을 찾는 수십만 방문객의 안전을 맡길 수 있겠냐”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욕심을 버리고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용산구와 이태원 참사 유족 등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이날 새벽 용산구청에 출근했다. 전날 법원에서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진 박 구청장은 5개월 만에 풀려나 구청장 직무권한을 회복했다. 법원이 보석 허가 조건으로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했지만, 구청 출퇴근은 가능해졌다. 구청 관계자는 이날 “박 구청장의 예정된 일정이나 대외 행사는 없다”고 했다. 당분간 공백기 업무 파악과 구정 현안 점검 등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나오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나오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박 구청장 복귀에 유족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보석 심사에서 참사 직후 충격과 수습 과정의 스트레스, 수감 후 공황장애와 불안장애, 불면과 악몽 등 건강 이상으로 수감 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하고서는 석방 이튿날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참사 희생자 신애진씨 어머니 김남희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에 마음의 책임을 느낀다면서 어떻게 참사 관련 트라우마로 보석을 신청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도 “구속돼서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분노했다.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박 구청장이 주요 증인인 구청 직원들을 회유하는 등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재판이 지지부진한 데다 박 구청장까지 구속 만료를 불과 한 달 남겨두고 석방된 점에 비춰 결국 무죄나 집행유예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 유족들이 더욱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 내부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김선수 부구청장의 구청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겨우 안정을 찾았는데 박 구청장 복귀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도 구청장 출근 저지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 구청 직원은 “구청에 유가족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구청장이 계속 출근한다면 혼란스러운 상황도 반복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표향 기자
김재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