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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악몽' 재현되나... 배수구 틀어막은 담배꽁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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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9일 서울 동작구의 한 반지하 주택. 세입자 A씨는 허리 위까지 차오른 흙탕물을 집 밖으로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현관문 앞에서는 이동식 배수펌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그 주변으로 각종 가재도구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서울 강남 일대가 물난리를 겪은 지 약 10개월 만인 지난 1일, 해당 반지하 주택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았다. 텅 빈 집 안으로 들어서자 벽지와 문, 붙박이장 등 곳곳에 침수 당시 흙탕물이 만든 '수평선'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시간이 멈춘 듯, 황톳빛 얼룩과 마른 흙뭉치마저 여기저기 엉겨 붙은 채로 급박했던 그날을 증언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관악구의 반지하 집, 동시다발적 산사태가 우거진 수목을 할퀴고 간 동네 뒷산, 힘없이 무너져 내린 아파트 단지의 축대 등 곳곳에 지난해 여름의 상처가 뚜렷이 남아 있다.
'역대급' 침수 피해를 입었던 강남역 일대에선 당시의 흔적을 볼 수 없었다. 다만, 침수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담배꽁초만은 여전히, 꾸준하게 버려지고 있었다. 지난 6일 강남역과 신논현역 인근 번화가를 직접 걸으며 바닥 배수구를 살펴봤다. 버려진 담배꽁초나 담뱃갑 등이 쌓여 하수도로 내려가는 빗물 구멍을 막은 경우가 적지 않았고, 담배꽁초와 악취를 막자고 배수구를 아예 덮개로 덮어둔 경우도 있었다. 큰비가 오면 덮개가 배수를 막기 때문에 이 또한 침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강남역 일대 빗물받이의 2/3가 막히면 침수 면적이 3.3배로 늘어난다.
상습 침수를 방지할 핵심 대책인 '대심도 배수터널' 가동은 일러야 2028년께 가능하다. 그전까지는 우수 처리 용량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028년 이후라도 빗물을 본 터널로 모으는 것은 결국 55만여 개의 배수구이다 보니, 담배꽁초는 호우 상황에서 여전히 위협적이다.
앞으로 대심도 배수터널 설치사업을 비롯해 하수관 정비, 산사태를 예방하는 사방시설 설치, 조기 예·경보 체계 구축 등 수해 대응 사업에 서울시에서만 연간 수천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전국 단위로 보면 2023년 한 해 수해방지를 위해 편성된 환경부 예산만 1조6,000억 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길거리 배수구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과거의 피해로부터 얻은 교훈을 망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수해 대책일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다 눈에 띈 어떤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연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이 광경, '이한호의 시사잡경'이 생각할 거리를 담은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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