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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대기업 기술탈취, 배상액 찔끔 확대만으로 근절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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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스타트업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손해액의 3배에서 5배로 강화하겠다고 한다. 민당정회의를 거쳐 어제 중소기업벤처부가 내놓은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의 핵심이다.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만, 이 정도로 되겠나 싶다. 대기업들은 배상액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판단되면 거리낌 없이 기술탈취에 나서온 것이 현실 아닌가.
우선 배상 한도 5배는 그리 파격적이지 않다. 10년도 더 전인 2012년 말 당선인 신분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술탈취 근절을 역설하며 배상 한도를 손해액의 10배까지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에도 당시 여당과 정부는 10배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껏 3배로 유지됐고, 이번 대책은 5배로 낮춰 잡았다. 일부라도 배상액을 늘리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겠으나, 3배 배상에도 눈 하나 깜짝 않던 대기업들이 5배라고 확 달라지겠는가 싶다.
이번 대책은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 확대 외에 행정조사 부처 협력 강화, 기술탈취 사건 신고 활성화, 피해기업 자금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다. 모두 중소기업들이 요구해 온 것들이나 실효성은 떨어지는 선언적인 대책들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된 느낌이다.
기술탈취 사건이 끊이지 않는 건 지나치게 기울어진 운동장 탓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5, 6년이 걸리는 장기전이어서 버티기 쉽지 않고, 대부분의 증거도 대기업들이 쥐고 있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기관들은 민사소송에서 피해기업은 물론 법원에조차 증거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니 2017~21년 중소기업 기술침해 피해건수가 280여 건, 2,800여억 원에 달한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단순히 대책을 요란하게 내놓는 것을 넘어 엄정하면서도 지속적인 집행 의지가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정당한 대가 없이 빼앗는 것은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다. 이번에는 정말 확실히 근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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