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려견 '몽이'를 7년째 키우면서, 동물자유연대의 이사·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동물법을, 누구보다 쉽고 재밌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난주 엽기적인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진주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이 SNS에 전기고문, 물고문 등 동물학대 영상을 올리면서 '구조 과정에서 촬영한 영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학대범은 길고양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먼저 찍고, 길고양이를 잡아 학대 영상을 찍은 후, 이를 SNS에 역순으로 올렸다. 즉 학대 영상을 게시한 후 고양이가 건강하게 돌아다니는 영상을 게시하고, 학대받았던 고양이를 본인이 구조하는 과정에서 촬영한 것이라는 엽기적인 주장을 한 것이다. 이렇게 동물을 학대하고 학대 영상이나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범죄들은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대부분 길고양이이다. 현행법에 따른 고양이의 지위를 알아보자.
동물보호법은 길고양이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원래 지자체는 유실·유기동물을 구조하여 보호조치를 하여야 하는데(법 제34조), 여기서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 즉 길고양이는 보호 조치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 규정 때문에 유기견은 보기 힘들지만, 길고양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동물보호법 관할 부서인 농식품부는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이라는 고시를 제정해 길고양이를 관리하고 있다. 이 고시에 따라 지자체는 길고양이를 포획, 중성화 수술 및 방사(TNR)하여,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고 있다.
그렇다면 도심지나 주택가가 아닌 곳에서 사는 고양이는 어떨까? 야생생물법은 산이나 들에 사는 들고양이에 대한 특별규정을 두고 있고, 들고양이는 농식품부가 아닌 환경부 관할에 속한다. 환경부 장관은 야생화된 가축이나 반려동물로 인하여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할 수 있고, 환경부 장관은 '야생동물 및 그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였다(법 제24조 및 '야생화된 동물의 지정' 고시). 이에 더해 환경부는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이라는 예규를 제정하고 들고양이를 포획하여 안락사·중성화·학술연구용 제공 등의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국립공원구역에서 사는 들고양이 189마리(2015년) 및 132마리(2016년)를 안락사시킨 바 있다(다만, 야생생물법은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기에 이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고, 환경부 역시 안락사 반대 여론이 증가함에 따라 2018년 이후에는 안락사를 사실상 중단하고 중성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으나, 들고양이는 야생생물법에 따라 포획(총기사용까지 규정되어 있다) 등 사살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는 고양이의 공격성이나 야생성을 평가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고양이가 어디 서식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바로 이 점이 동물학대범에게 악용되고 있다. 실제로 고양이 학대 채팅방 사건들을 보면, 학대범들은 고양이를 '털바퀴'(털 달린 바퀴벌레)라고 부르면서 활을 쏘거나, 익사시키거나,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의 영상을 올렸고, 수사 과정에서 한결같이 '들고양이는 유해동물이기 때문에 잡은 것이다'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길고양이가 학대의 대상이었고, 현행법상 들고양이는 유해야생동물도 아닐뿐더러,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인이 들고양이를 포획 및 처리해서도 안 된다.
결국 동물학대범들은 길고양이가 잡기 쉽고, 학대하더라도 주인이 없기 때문에 적발당할 가능성이 낮으며, 적발당하더라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범행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실제로 위 진주 길고양이 학대 사건은 작년에 고발되었으나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로 인해 지난주에야 검찰에 송치되었고, 이마저도 검찰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경찰로 다시 보내 수사지휘를 하였다. 동탄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에서 최근 솜방망이 판결(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내려진 점을 볼 때 엄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길고양이 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수사 및 처벌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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