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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진다"... 서울 25개구, '물폭탄' 침수 위험 눈 감아

입력
2023.06.08 14:00
수정
2023.06.08 14:3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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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도심지 침수예방사업 추진 실태'
주택 빼고 도로 등만 위험개선지구 선정
침수 예상 지역에 방지시설 없이 건축 허가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한강에 고립된 서울 반포수난구조대 건물로 대원들이 로프를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한강에 고립된 서울 반포수난구조대 건물로 대원들이 로프를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물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잦아진 가운데 서울 25개 자치구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가 침수 위험을 외면해왔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집값 떨어진다"는 민원 등을 의식해 상습침수지역을 예방사업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심지 침수예방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8월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집중호우 피해를 계기로 진행됐다. 당시 이틀간 시간당 100㎜ 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져 강남·관악·동작·서초구에 피해가 집중됐다. 서울 지역에서만 8명이 숨지고 683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반지하주택, 지하주차장 등 저지대 상습 침수 지역이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감사원 실태 파악 결과 서울시의 모든 자치구는 물에 잠길 위험이 있는 지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하천 범람이 우려되는 지역 등 125곳을 선정했으나 자치구들은 이곳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침수위험지구)로 지정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거나 "건축 시 어려움이 생긴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 안전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가 침수위험지구를 제대로 지정하도록 권고하지 않았다.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감사원이 2018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지정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36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35%(142곳)가 주택·상가 지역 등은 제외한 도로, 하천 등만 포함됐다. 민원의 영향이 컸다. 위험개선지구로 지정되면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등 건축법상 제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상청 "올해도 국지성 호우 예상"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물난리를 예방할 수 있는데도 막지 못했다. 침수가 예상됐지만 위험지구에서 빠진 3개 지역에서 실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위험지구에서 제외된 지역의 건축허가 현황(2018~2022년)을 표본조사한 결과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는 조건 없이 168건의 건축허가가 났다. 이에 감사원은 행안부 장관에게 지자체가 위험개선지구를 지정·고시하면 침수 예상지역이 정확히 반영되도록 전문가 검토를 충실히 하라고 주의요구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올 7월 강수량은 평년(245.9∼308.2㎜)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다. 또, 8월은 평년(225.3∼346.7㎜)과 비슷할 확률이 50%, 많을 확률이 30%, 적을 확률이 20%로 예측됐다. 특히, 8월에는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 탓에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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