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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약대 교수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 희석해 마시겠다"

입력
2023.06.08 08:30
수정
2023.06.0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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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동떨어진 소모적 논란, 공포만 키워”
“방류농도 1L 실효선량은 바나나 1개의 1/4"

박일영 충북대 약학대 제약학과 교수. 충북대 약학대 홈페이지 캡처

박일영 충북대 약학대 제약학과 교수. 충북대 약학대 홈페이지 캡처

방사성의약품학 전문가인 국내 한 약학대 교수가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고 밝혔다. “과학으로 판단할 사안을 주관적 느낌으로 왜곡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박일영 충북대 약대 제약학과 교수는 지난 3일 포항공대 산하 연구기관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인터넷 공개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국민 정서에도 국가 경제에도 도움 되지 않는, 그렇다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보이지 않는 소모적 논란이 과학과는 동떨어진 주관적 견해들에 의해 증폭돼 국민의 공포만 키워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몇몇 지인에게 물어보니, 열 중 여덟은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은 이제 찜찜해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한다”며 “정리되지 않은 논란이 국민 공포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방사성의약품학을 공부하고 강의한 사람이 이 같은 논란에 끼어드는 이유는, 논란이 국민의 정서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보이지 않아 소모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처리된 방사성 오염수를 희석하면 마실 수 있는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오염수를 처리한 뒤 삼중수소를 방류농도인 1리터(L)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한다면, 이 물 1L를 마시더라도 내가 받는 실효 선량은 0.000027밀리시버트(mSv)"라며 "이는 바나나 1개를 먹을 때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40 등에 의해 받는 실효선량 0.0001 mSv의 약 4분의 1"이라고 말했다. 처리된 오염수를 희석할 경우 인체에 투여되는 방사선량이 극히 미미하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를 하기 위해 방사성동위원소인 불소-18을 DOPA라는 물질에 치환해 넣은 방사성의약품을 정맥 주사할 때 환자가 1회당 받는 실효선량이 9.25~18.5 mSv"라며 "이 실효선량이 환자에게 오히려 암을 유발한다면 어느 의사가 파킨슨 의심환자에게 PET진단을 처방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 일(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희석해 마시는 것)이 '쇼'로 오해받을지라도 필자(박 교수) 아닌 어느 누구라도 방류농도의 희석수를 직접 마셔 우리 국민의 식탁을 안심시키는 일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5년부터 충북대 약대에 재직하고 있다. 그는 충북대 약대 학장을 지냈으며 대한약학회 방사성의약품학 분과학회장도 맡고 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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