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래구가 캠프 배후 총괄, 송영길 협의도 있었다"

입력
2023.06.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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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 의혹' 핵심 강래구 공소장 보니
공무원 신분에도 실질 캠프 조직 관리해
대선 국면 요직 차지 위해 비공식 합류
"줄 만한 사람만 눈치 봐서 줄게" 제안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최주연 기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최주연 기자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자금 살포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배후에서 경선 캠프를 총괄하게 된 배경으로 송영길 전 대표와의 협의를 주된 이유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가 7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강 전 위원 공소장에 따르면, 송 전 대표 경선캠프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공식 조직총괄본부장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론 강 전 위원이 배후에서 실질적으로 캠프 조직을 구성·관리했다.

강 전 위원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신분이라 선거운동 등 정치활동에 공식적으로 나서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검찰은 강 전 위원이 '송영길, 이정근 등과의 협의를 통해' 비공식 선거운동을 총괄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대표의 묵인 또는 지시 여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강 전 위원은 2018년 3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송 전 대표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나 낙선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강 전 위원은 이를 불식시키고 차기 당대표 선출 공로를 인정받아 송영길 당대표 체제로 치러지게 될 2022년 대선에서 요직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고자 재차 송 전 대표 캠프 선거운동에 합류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실질적 캠프 총괄 역할을 맡은 강 전 위원이 2021년 3월부터 "캠프 차원에서 자금을 조달해 지역별로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전·현직 지역위원장 등 지역활동가들에게 전국대의원 등을 포섭하기 위한 활동 대가로 지급하는 게 필요하다"며 금품 살포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강 전 위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활동자금을 줄 필요가 있으니 캠프 차원에서 1,000만 원 정도를 만들어 봐라. 100만 원씩 봉투에 넣어 당신이나 내가 지역본부장들 주머니에 넣어주면 좋을 것 같다" "지역본부장 회의 날까지 비용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라, 줄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돈을 줘서 내려 보내는 게 낫지 않겠냐" 등의 얘기를 한 정황도 상세히 담았다.

공소장에는 지역본부장 회의가 열린 2021년 3월 30일 강 전 위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50만 원씩 봉투를 나한테 만들어서 달라. 줄 만한 사람만 눈치 봐서 주겠다" "100만 원씩 주기는 그렇고 50만 원씩 하자" 등 구체적으로 발언한 내용도 적시됐다. 이렇게 지역본부장들에게 제공된 현금 1,000만 원은 이성만 의원에게 요청해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두 번째 자진 출두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두 번째 자진 출두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현역 의원에 대한 돈 봉투 제공에 윤관석 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한 정황도 나타났다. 공소장엔 윤 의원이 2021년 4월 26일 오후 4시쯤 국회 본관 외교통일위원장실에서 열린 캠프 기획회의에서 "경쟁 후보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300만 원씩 뿌리고 있으니 우리도 의원들에게 그 정도의 돈을 주자"고 제안했다고 적시됐다. 이 자리에는 윤 의원과 강 전 위원, 이 전 부총장 외에도 송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일부 의원들이 자리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윤 의원을 통해 현역 의원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계획이 확정됐다고 보고 있다. 이후 강 전 위원이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인 박모씨에게 기획회의 결정 사항을 전달하면서 자금 전달 방법을 논의했고, 강 전 위원의 요청으로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씨가 마련한 돈이 "경선 준비를 잘하라"며 박씨에게 전달됐다. 박씨는 이를 이 전 부총장에게, 이 전 부총장은 윤 의원에게 전달하면서 총 6,000만 원이 300만 원씩 봉투 20개에 담겨 4월 28일과 29일에 의원들에게 뿌려졌다는 것이다.

강 전 위원은 이 전 부총장에게 "얘네들도 챙겨줘야 된다" "제일 중요한 게 마지막에 상황실장 애들을 챙기는 것"이라며 지역상황실장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같은 강 전 위원의 권유로 이 전 부총장이 2021년 4월 말 경선캠프에서 마련한 현금 2,000만 원을 50만 원씩 봉투에 담아 지역상황실장들에게 건넸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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