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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보공단, 같은 사무장에 여섯 번 당했다… 피해액만 100억 이상

입력
2023.06.08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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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병원 행정원장, 5차례 사무장병원 운영 전력
초범 벌금 1000만 원, 재범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 논란

사무장병원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A병원 외관. A병원의 행정원장 Y씨는 과거 5차례나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전례가 있었다. 윤한슬 기자

사무장병원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A병원 외관. A병원의 행정원장 Y씨는 과거 5차례나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전례가 있었다. 윤한슬 기자

불법의료기관 개설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A병원의 '사무장'으로 지목된 Y(54)씨가 이전에도 수차례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병원을 포함해 Y씨가 운영한 사무장병원 총 6곳에 100억 원 이상의 요양급여를 지급했지만, 대부분 환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의료인이 명의를 대여해 개설하는 사무장병원은 지나친 영리추구로 과잉진료를 일삼아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등 폐해가 크다. 당국의 단속에도 반복적으로 사무장병원이 설립되는 것은 양형기준조차 없어 범죄 수익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폐업 앞둔 사무장병원 의심 기관… 건보공단 부당 급여 수십억 환수 못할 위기)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 이사장은 H(52)씨이지만, 재단과 병원의 실질적 운영자는 H씨의 남편 Y씨였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Y씨는 병원 설립 전부터 투자를 유치해 건물을 짓는 등 실무를 진두지휘했다. 설립 후에는 병원의 행정원장 직함을 갖고 각종 임대차 계약, 의료기기 계약 체결 등 병원 또는 재단 대표자가 하는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Y씨는 이미 여러 차례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A병원 이전에도 5개의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다 당국에 적발됐다. 2007년 10월~2008년 7월 서울 중랑구에서 사단법인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한 것이 시작이다. 그는 해당 병원을 운영하다 2009년 1월 형사처벌을 받았다.

Y씨는 의료법 위반 등으로 1심 선고를 받은 뒤 6개월 만에 같은 자리에 신경정신과의원을 열었다. 사단법인 명의로 의원을 운영할 당시 원장이었던 의사의 명의를 빌려 2009년 7월~12월 병원을 개설했는데 경영은 Y씨 몫이었다. 5개월 동안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요양급여가 3억7,000만 원에 달했다.

Y씨는 이후에도 2014년까지 한 자리에서만 의사를 바꿔가며 2개의 병원을 더 운영했다. 2009년 12월~2010년 3월 다른 의사 명의로 같은 자리에 병원을 열었고, 2010년 3월~2014년 11월 의사와 간판을 또 바꿔 병원을 운영했다. 그는 중랑구 한 자리에서만 4개의 병원을 운영하며 건보공단으로부터 총 100억 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를 타냈다. 건보공단은 요양급여 환수를 위해 Y씨에게 5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한 푼도 환수하지 못했다.

Y씨는 사무장병원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하기도 했다. 중랑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2011~2012년 서울 노원구에서 기존 의원을 인수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 이곳에서는 1년간 요양급여 5억 7,000만 원을 받았다. 본보는 Y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Y씨처럼 사무장병원을 반복해 운영하다 적발된 사례는 적지 않다. Y씨와 손잡고 중랑구에 의원을 개설했던 사단법인의 사무국장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중랑구 의원 외에도 강원 속초시, 인천 부평구·중구, 경북 칠곡군, 충남 부여군, 강원 인제군, 서울 강남구·금천구·동대문구, 수원 장안구 등 전국 각지에서 30개가 넘는 의료기관을 세웠다가 적발됐다.

이처럼 사무장병원을 반복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범죄 수익에 비해 양형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Y씨는 첫 번째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당시 건보공단으로부터 4억4,000만 원의 요양급여를 타냈는데, 형사처벌은 벌금 1,000만 원에 그쳤다. 두 번째 적발 때는 4개 의료기관을 불법 개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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