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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자아, 인간의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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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인공지능(AI)은 잘못된 용어 선택이라고 SF 작가 테드 창은 말한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950년대에 좀 다른 단어를 골랐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 같은 AI가 학습하고 이해하고 안다고 묘사하거나 ‘나’라고 일컬음으로써 인격체처럼 여기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이 도구에 지각능력이나 지능은 없으니, 인공지능이 아닌 응용통계(applied statistics)로 부르자고 그는 말했다.
□ 그러니까 창은 AI와 다른 인간의 고유성을 강조하는 쪽이다. 창이 착각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 중엔 AI가 인간을 지배하지 않을까 공포심을 느끼는 이들이 있겠다. 그런데 인간이 AI와 구분되는 궁극적 특질인 자유의지와 자아 개념을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면, 그런 특질이 정말 인간에게 존재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 자유의지라는 철학적 주제에 파란을 일으킨 유명한 신경과학적 연구는 1980년대 벤저민 리벳의 실험이었다. 피실험자들이 자기 의지에 따라 손가락을 까닥거리게 하고 뇌 반응을 측정하자 결정을 내렸다고 인식하기 0.3~0.5초 전에 이미 뇌가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리벳 실험을 약간 다르게 재현한 2008년 존-딜런 헤인스의 연구는 더 이른 뇌의 활성을 보여주었고 자유의지 논쟁이 또 한 번 불붙었다.
□ 단편 ‘우리가 해야 할 일’(What’s expected of us)에서 자유의지 없는 세상을 그려낸 창이 고집스레 AI와 인간 사이에 선을 긋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소설에는 사람이 버튼을 누르려 하면 늘 한발 앞서 초록불이 켜지는 예측기가 등장한다. 아무리 예측기를 속이려 해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자유의지란 없고 다만 있는 척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쩌면 AI는 예측기가 아닐까. 인간의 지능과 자유의지, 영혼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뇌 신경망의 연결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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