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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놀라게 한 ‘계단살인사건’… 과연 남편이 범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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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여성이 집 안에서 숨진다. 계단 아래쪽에서다. 신고한 사람은 남편 마이클 피터슨(콜린 퍼스)이다. 범죄소설 작가 겸 정치인 지망생인 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의 지역 명사다. 마이클은 아내 캐슬린(토니 콜렛)이 계단에서 추락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달리 본다. 캐슬린이 피를 많이 흘린 데다, 머리에 상처가 일곱 군데나 나 있다. 타살 가능성이 있는데 집 안 침입 흔적은 없으니 마이클이 용의자로 꼽힌다.
마이클은 결백을 주장한다. 살인 도구가 발견된 것도 아니다. 마이클은 지역신문 칼럼으로 검찰을 비판한 것에 대한 보복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간다. 마이클이 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군 경력 관련 거짓말을 했던 점이 새삼 부각된다. 캐슬린이 대기업 중역이라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상태에서 마이클의 성적 취향이 드러나며 여론은 더 차가워진다.
마이클의 가족 구성은 좀 복잡하다. 캐슬린과는 재혼이다. 전 아내 사이에서 난 아들이 둘이고, 오래전 입양한 딸 둘이 있다. 캐슬린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게 된 딸 케이틀린(올리비아 더용)이 가족 구성원이기도 하다. 다른 자녀들과 달리 케이틀린은 마이클의 살인에 무게를 두고, 마이클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하기 시작한다.
마이클은 살인자일까, 아니면 누명을 쓴 것일까. 영화는 사건을 다각도로 접근하는 동시에 마이클과 가족들의 변화를 지켜본다. 마이클의 언행 하나하나는 진솔한 듯하면서도 의문이 든다. 그는 캐슬린을 살해할 동기가 명확하지 않으나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족이 저택에서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던 건 캐슬린의 재력 덕분이다. 마이클은 친절하고 말솜씨가 좋아 매력적인 인물이나 경제적으로는 무능력하다. 캐슬린과 갈등 소지가 있는 셈이다. 캐슬린이 생전 마이클의 성적 취향을 알았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마이클이 고액으로 고용한 변호사 데이비드(마이클 스툴바그)의 예상과 달리 재판은 불리하게 이어진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마이클의 사연을 촬영하게 되고, 편집자 소피(쥘리에트 비노슈)가 마이클에게 호감을 갖게 되며 이야기는 좀 더 복잡해진다.
마이클은 의뭉스럽다. 그의 속내를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사건의 실체를 알기 힘든 것처럼 마이클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집 안에서 완벽한 아버지이자 가장으로 여겨졌던 마이클은 사건 이후 조금씩 허물을 드러낸다. 마이클 자녀들은 아버지의 실체를 조금씩 알며 충격을 받는다. 마이클의 몰락을 의도치 않게 지켜본다. 드라마는 자녀들의 실망과 방황을 통해 가부장제 신화의 해체를 보여준다.
무죄를 주장했던 마이클은 결국 옥고를 치른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이유로 교도소 밖을 나올 수 있게 된다. 그가 억세게 운이 나빴던 건지, 아니면 운이 좋았던 건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마이클만 알 뿐이다.
2001년 발생해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2008년 나온 프랑스 동명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했다. 마이클을 유죄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검찰, 무죄를 상정하고 증거를 모으는 변호인단의 대결이 눈길을 끈다. 재판에서 승리하려는 의지들은 강하나 진실을 밝히려는 움직임은 적다.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내며 진실에 최대한 접근하려 한다. 여러 시간대를 오가는 구성이 좀 혼란스럽다. 집중해 보지 않으면 헛갈릴 수 있다. 콜린 퍼스와 토니 콜렛, 쥘리에트 비노슈는 관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2%, 시청자 57%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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