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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30년 하셨죠?" "증언 거부하겠습니다"... 입 닫은 임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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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임 전 차장은 그러나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조차 대부분 답변하지 않았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 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상고법원 도입 등을 박근혜 정부와 거래하기 위해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이 도를 상대로 제기한 의원직 상실 관련 행정소송 재판 등에 개입하고, 사법부 방침을 비판하는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 시절 핵심 간부로 사법행정권 남용을 주도하거나 가담한 혐의로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임 전 차장은 예상대로 입을 닫았다. 임 전 차장은 피고인들의 공소사실과 관련한 질문뿐 아니라 과거 검찰에서 했던 피의자 신문조서의 진정 성립과 30년간 법관 재직 여부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일반적 사항에도 답할 의사가 없느냐"는 검찰 지적에도 임 전 차장은 끄떡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증언 거부 사유에 대해 "제 형사재판에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증인은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알려질 염려가 있을 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임 전 차장은 "증인은 출석해서 증언할 의무가 있지만 저는 관련 사건 피고인이고, 이런 경우에는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에 보장돼 있다"며 "무익(無益)한 신문은 헌법상 권리 침해"라고도 했다.
임 전 차장은 다만 일부 질문에 대해선 관련자 증언을 끌어와 반박했다. 예컨대 검찰이 2015년 7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 설득 전략' 등 보고서와 관련해 "보고서에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관심사가 한일 우호관계 복원이라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하는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의 관심사항을 어떻게 파악했냐"고 묻자 임 전 차장이 "이 비서실장이 제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재된 내용은 너무 터무니없다'고 말했다"며 응수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신문에 대해 수차례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증인이 외교부에 (강제징용 관련) 의견서 제출을 요청한 건 강제징용 사건 결론이 바뀌길 바랐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검찰 질문에 "검찰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럴 의사와 능력도 없었다"며 응수했다. '정부 요청 사항을 (강제징용) 재판에 반영하는 점을 지렛대로 삼아 외교부에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 확대 요청을 한 게 맞냐'는 검찰 질문에는 "검찰의 시각은 플리바게닝(범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람에게 형량을 감경 또는 감면해 주는 제도)에 익숙한 업무에 의한 주관적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이 입을 닫자 피고인 측은 일제히 "증언이 의미가 있냐"며 검찰 신문에 반발했다. 임 전 차장이 구체적으로 증언할 가능성이 없는데 검찰이 신문을 이어나가는 건 유죄 심증 형성으로 인한 피고인 방어권 침해와 재판 지연 등의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검찰 측은 이에 "법원 고위직을 지냈던 피고인들이 과거 재판을 진행하셨을 때는 하지도 않았던 공판 갱신 절차 등을 하신 걸 보면 (피고인 쪽에서) 소송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에서 검사의 질문은 진술거부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도 내린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일단 임 전 차장이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검찰 신문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9일 오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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