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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 직선제보다 초빙제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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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교육개혁: <6> 대학 총장 직선제는 답이 아니다
부산대·동명대 총장의 엇갈린 경험
미 명문대도 유능 인물영입이 대세
'글로컬대학30' 평가에 반영돼야
부산대 총장 재임 첫해인 2016년 7월 미국 미시간대학(앤아버)을 방문하여 당시의 총장과 전 총장인 두데스탯 교수를 만났다. 두데스탯 전 총장은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된 '대학혁명'의 저자다. 총장의 중요한 임무는 ‘발전기금 모금’이고, 어려운 것은 ‘교수의 기득권 깨기’라고 했다. 미시간대학은 발전기금 모금 캠페인을 2013년 시작하여 모금이 종료된 2018년까지 50억3,000만 달러(6조9,000억 원)를 모금했다. 2021년 서울대 발전기금 모금액이 677억 원 정도이니 주립대인 미시간대의 모금액은 놀랍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립대 선진화 정책’으로 (총장 직선제 폐지가 유도되면서) 부산대만 제외한 모든 국립대학이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부산대의 경우 2015년 8월 한 교수가 본관 건물에서 총장 직선제 수호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부산대는 그해 11월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했고, 필자가 1순위로 당선되어 6개월 만인 2016년 5월 임명됐다. 총장 간선제로의 전환 이후 필자는 유일하게 직선으로 선출된 국립대 총장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국립대학은 총장 직선제로 회귀했다.
필자는 4년 임기의 부산대 총장을 마치고 사립인 동명대 총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동명대는 총장을 공개모집한다. 대학발전계획서를 제출받아 이사회에서 선발된 2∼3명 후보자의 공개발표와 질의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사회에서 승인한다. 공개발표에는 이사, 교수, 직원, 학생 등이 참석한다.
우수한 미국 대학은 총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의 산물이다. 탁월한 총장은 어떻게 선출되는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과 주립대학 대부분은 ‘총장 초빙제’를 하고 있다. 총장초빙위원회는 일반적으로 교수·학생·직원·재단·지역 인사·동창 등의 대표로 구성되고 긴 시간을 가지고 많은 후보를 물색하여 총장을 선발한다. 아이비리그 대학인 다트머스대는 2008년 총장초빙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계 인사 400여 명을 총장 후보군으로 올려 6개월이 넘는 인터뷰와 검토를 통해 최종 후보군을 압축했다. 하버드대 김용 교수가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도 이 과정을 거쳤다. 하버드대도 비슷하다. 2006년 구성된 총장초빙위원회는 12개월 동안 많은 후보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검토를 실시해 대학 역사상 첫 여성 흑인 총장인 파우스트 총장을 선임했다.
이렇듯 미국 대학은 초빙위원회에서 수많은 후보군을 선정하고 학교 발전과 능력만을 고려해 총장으로 선출한다. 60% 이상의 대학은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활용하고 이들을 위원회에 포함하기도 한다. 위원회는 후보군을 철저히 비밀 유지하고 총장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임기도 충분히 보장한다. 지난 150년간 하버드대의 평균 총장 재임 기간은 20년에 달한다.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 총장의 경험이다. 총장 초행길이라 보직자는 선거를 도운 교수로 임명했다. 오랫동안 같이 근무한 동료 교수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과 혁신을 강요하는 것이 어려웠다. 유사한 학과의 통폐합이나 학생 중심 교과목 개설을 할 수 없는 이유다. 4년 임기는 새로운 일을 하거나 대학을 바꾸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추진했던 사업이나 계획은 후임 총장에 의해 바뀌었다. 일의 연속성이 있을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문제점은 총장으로 초빙된 동명대에서 해소되었다. 교수에게 빚이 없으니 능력주의 인사를 했다. 4년 임기의 평가에 따라 연임도 가능하다. 다양한 교육혁신과 지속가능한 발전계획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대학의 주요 임무는 교육과 연구다. 이 임무의 수행에는 자율성이 중요하다. 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주요 이유이다. 그러나 직선제 대학은 자율성이 보장되는가. 재정의 독립 없는 자율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직선제는 민주주의의 뿌리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축구 감독을 선수들의 투표로 뽑지 않는 이유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의 발달로 대학의 존폐가 위협받고 있다. 챗GPT는 지식전달교육의 한계를 경고하고 있다. 대학이 변하고 혁신해야 한다. 대학의 혁신은 탁월한 총장의 리더십과 충분한 임기를 보장할 때 가능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global+local)대학30' 선정 평가에 이 부분이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1> 한국 교육의 근본문제 (조벽) <2> 디지털문명에 걸맞은 교육 (염재호) <3> 시험이 바뀌면 한국도 바뀐다 (이혜정) <4> 교육 망치는 교육감 선거 (박융수) <5> 대학입시, 어떻게 해야 하나 (배상훈) <6> 대학 총장 직선제는 답이 아니다 (전호환) <7> 지역대학이 융성해야 선진국이다 (김종영) <8> 글로벌 스탠더드- 9월 학기제 (김도연) <9> 노동ㆍ연금개혁 그리고 교육개혁 (김용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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