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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크기 12포인트, 열량은 굵게...깐깐한 식품정보 표시의 세계

입력
2023.06.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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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면적, 허용오차 등까지 엄격 규제
표시는 영업자 의무, 수입식품도 똑같아
소비자에게는 유용한 정보

편집자주

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지난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 사진에 진라면 뒷면 식품정보 표시 합성. 표시기준에 따라 영양정보는 표 형태로 인쇄돼 있다. 뉴시스

지난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 사진에 진라면 뒷면 식품정보 표시 합성. 표시기준에 따라 영양정보는 표 형태로 인쇄돼 있다. 뉴시스

최근 하이트진로의 소주 '진로 제로슈거'가 라벨 때문에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식품정보 위에 파란색 '제로 슈거' 글씨를 떡하니 인쇄한 것이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즉시 제조사에 중단을 권고하고 재발을 막을 방안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제조사도 권고를 수용해 이후 생산 제품부터 정상적인 라벨을 붙이고 있는데, 이번 소동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식품정보 표시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먹고 마시기에 엄격하기 그지없는 표시 규제

식품 등의 표시기준이 규정한 제품별 주표시면과 정보표시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등의 표시기준이 규정한 제품별 주표시면과 정보표시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포장에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것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 )이 규정한 영업자의 의무입니다. 세부 기준은 식약처 고시인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라야 하는데, 이 기준이 엄청 까다롭습니다.

일단 식품 표시 공간은 주표시면과 정보표시면으로 구분됩니다. 주표시면은 상표와 로고 등이 인쇄되는 공간입니다. 정보표시면에는 식품 유형, 영업소 명칭과 소재지, 소비기한, 내용량, 원재료명, 성분명 및 함량, 용기(포장) 재질, 품목보고번호 등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고요. 과자를 예로 들면 우리가 익히 아는 제품명이 있는 앞쪽이 주표시면이고, 뒤쪽이 정보표시면입니다.

뚜껑 부분이 필름으로 포장된 즉석밥은 이 필름 면적의 3분의 2가 주표시면, 3분의 1이 정보표시면입니다. 포장지에 정보를 인쇄하지 않고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의 냉동식품 등은 스티커 면적의 절반이 주표시면, 나머지가 정보표시면입니다.

이게 다 고시로 정한 건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복잡합니다. 정보표시면 면적이 100㎠ 이상이라면 사항별로 표 또는 단락으로 구분해서 표시해야 합니다. 글자 크기까지 정해 놓아서 주표시면의 '조리예' '이미지 사진' 등은 10포인트 이상, 고추장의 고춧가루 함량은 12포인트 이상이어야 합니다. 열량 표시는 총 내용량 글씨보다 크거나 같아야 하고 '굵게' 표시해야 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한국산업표준 KS A 0201(활자의 기준 치수)을 준수해야 하고요.

표시기준은 A4용지로 187쪽이나 됩니다. 복잡하기 그지없는데도 이번에 진로 제로슈거 라벨이 보완할 부분을 짚었습니다. 식약처는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할 정보가 다른 정보와 겹쳐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식품 표시는 영업자의 책임...사후 적발 시 처벌

일본에서 제조된 컵라면에도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식품정보가 표시돼 있다. 김창훈 기자

일본에서 제조된 컵라면에도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식품정보가 표시돼 있다. 김창훈 기자

표시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식품 종류는 과자, 빵, 떡, 빙과류, 초콜릿류, 당류, 잼, 두부, 면류는 물론 절임, 조림, 주류, 식육가공품, 수산가공품, 즉석식품류, 식용란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각각의 종류마다 또 수백이나 수천 개, 혹은 그 이상의 제품이 존재하고요.

이처럼 제품이 많고 중량과 용량, 영양성분 표시량과 실제 측정값 등의 허용오차까지도 계산해야 하니 규제 기관이 일일이 사전에 심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식품정보 표시는 전적으로 영업자의 책임입니다. 식약처 등은 사후에 수거 검사를 통해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예외적으로 특수용도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은 자율 심의제도가 있어 영업자가 제품 출시 전 사전 심의를 받기도 합니다.

만약 표시 기준을 위반했다면 경중에 따라 과태료나 품목 제조정지,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립니다. 질병의 예방·치료 효능이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의약품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수입식품에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돼 수입업자는 판매하는 식품의 정보를 정확히 표시해야 합니다.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 담은 식품 표시

간단한 식품의 영양성분 계산법. 식품의약품안전처

간단한 식품의 영양성분 계산법.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정보 표시를 국가 차원에서 깐깐하게 규제하는 것은 사람 입으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중요해 소비자가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표시 사항에는 소비기한, 알레르기 유발물질 등 안전과 건강에 관련된 정보도 있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나트륨 지방 당류 등의 함량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영양정보도 유용합니다. 가령 컵라면 영양정보에 나트륨이 '1,590㎎ 80%'로 표시됐다면 이건 하루 섭취 권장량의 80%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콜라(11㎎ 1%)와 도시락(1,729㎎ 86%)을 같이 먹는다면 각각의 퍼센트(%)를 다 더하면 됩니다. 나트륨 하루 섭취 권장량의 167%를 먹는 것이죠. 탄수화물, 당류, 포화지방, 단백질 등도 마찬가지로 %를 합치면 하루 권장량과 쉽게 비교가 가능합니다.

영양정보는 식품을 선택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체중 조절이 필요하면 열량, 혈압 관리가 요구되면 나트륨이 적은 걸 골라서 먹으면 됩니다. 지금까지 영양정보를 무심코 넘겼어도 앞으로는 눈길을 주면 어떨까요.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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