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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만배도 입 열었다 "박영수, 200억 상당 대장동 부동산 요구"

입력
2023.06.06 04: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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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경 수재 혐의 참고인 조사 중 진술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 대가로 약정 뒤
참여 불발되자 '50억 원' 규모로 축소 의심
檢 "사안 실체에 상당 접근" 혐의 입증 자신
박영수·측근 양재식 변호사 소환 조사 임박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고영권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고영권 기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박 전 특검이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50억 클럽 의혹에 침묵을 지켜왔던 김씨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검찰 수사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최근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4년 11월 박영수 전 특검 측이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 원 상당의 대장동 토지와 상가 건물 등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당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신분으로 PF 대출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 청탁을 들어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간 김씨와 박 전 특검의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에서,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했다. 김씨 역시 검찰에 "곽상도보다는 박영수와 더 가깝다.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초기 박 전 특검이 김씨에게 자본금 1,000만 원을 빌려줬으며 대장동 일당이 사업자로 선정된 2015년 4월 3일에는 박 전 특검 계좌에서 김씨 계좌로 5억 원이 입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입금된 돈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사업 협약 체결 보증금으로 사용됐다.

박 전 특검은 그러나 사업 관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5억 원 입금 사실에 대해선 "김씨가 (박 전 특검의) 인척이자 분양대행업자인 이모씨로부터 빌린 화천대유 초기 운영자금이며, 김씨 부탁으로 계좌만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그동안 박 전 특검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검찰에서 침묵을 지켰다.

검찰은 그러나 입금된 5억 원을 '50억 약정'의 담보로 의심하고 있다. 당초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대가로 토지와 상가 건물 등 200억 원 상당을 받기로 약정받았지만, 2015년 3월 우리은행 참여가 불발되면서 1,500억 원 규모의 대출의향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다만 김씨로부터 받기로 한 금품도 5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김만배씨의 진술을 근거로 이르면 이번 주 박 전 특검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3월 30일 박 전 특검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뒤, 최근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과 김종원 전 부행장 등 우리은행 전직 임원을 잇따라 불러 혐의를 다져왔다. 이 과정에서 대출의향서 발급과 관련해 박 전 특검의 개입이 있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우리은행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담긴 회의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 전 특검 측은 지난달 31일 "대출의향서 발급과 관련해 어떠한 청탁을 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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