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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사고 책임자 처벌의 원칙

입력
2023.06.07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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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한국일보'는 '다리 절단됐는데 사업주 무혐의? 검찰 과오 바로잡은 공판검사'라는 제목으로 화물차 기사에게 고장 난 지게차를 운행하도록 해 작업자와 보행자에게 상해를 입게 한 사업주가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공판검사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사실을 보도했다.

다행히도 해당 사건은 수사검사가 약식기소 판단한 사건을 공판검사가 직접 수사해 바로잡았지만 많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형식적인 계약이나 규정에 얽매여 안전보건 조치를 소홀히 한 실질적인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도 수사검사가 간과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 검찰은 화물기사가 개인사업자로, 업체 대표와 운송위탁계약을 체결한 점을 들어 근로자와 사업주 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탁계약을 체결한 화물차 기사가 실질적인 지휘·감독하에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를 받은 경우에는 계약의 겉모습과 상관없이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례가 다수 존재한다.

둘째, 위험의 통제권한이 누구한테 있었느냐의 문제이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지게차 제동장치의 고장에 있었다면 이를 점검하고 수리해야 하는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다. 그런데 약식 처분에서 지게차를 운전한 기사에게 오히려 업체 대표보다 더 많은 금액의 벌금형이 부과되었다.

다른 차원에서 보호대상의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근로자와 보행자이다. 만일 보행자만 부상을 당했다면 산업재해치상죄 적용 대상이 아니게 된다. 이 법이 보호대상을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삼기 때문이다. 사고 방지를 위하여 고장 난 제동장치를 수리해야 하는 의무는 이를 소홀히 하여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의 신분에 상관없이 지켜져야 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영국 등 선진국은 근로자 외에 업무와 관련되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일반 시민까지도 그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아가 산업재해와 관련한 재판에서 형식과 규정에 얽매이기보다 사고를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는지에 중점을 둔다.

우리는 산업재해 사건의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형사법상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 등에 매몰되어 법령을 너무 엄격히 해석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안전보건 조치의 핵심은 사고를 막는 데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임을 되새겨야 한다.


임영섭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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