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벼농사 짓는 울릉도…어린이들도 '모내기' 동참

입력
2023.06.04 13:40
수정
2023.06.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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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쌀농사 재배과정 교육
울릉 섬 주민 개척정신도 체험

36년 만에 벼농사가 이뤄진 울릉도에서 울릉지역 초등학생들이 3일 논에 직접 심을 모를 들어 보이고 있다. 울릉군 제공

36년 만에 벼농사가 이뤄진 울릉도에서 울릉지역 초등학생들이 3일 논에 직접 심을 모를 들어 보이고 있다. 울릉군 제공

36년 만에 벼농사가 재개된 울릉도에서 어린이들도 모내기에 동참했다.

4일 울릉군에 따르면, 울릉지역 초등학생 20여 명은 전날 울릉군 서면 태하리 울릉군개척사테마파크 부지에서 모내기 체험을 했다. 울릉군이 어린이 농부학교를 통해 사전에 신청을 받은 지역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로, 쌀 재배 과정을 배운 뒤 이날 길게 줄을 서서 직접 논에 모를 심었다.

행사에 참가한 최로경 어린이는 “매일 먹는 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는데 농부학교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며 “모내기 체험으로 힘들게 쌀을 키우는 농부의 노력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모내기 체험이 이뤄진 논은 군이 울릉지역에서 사라진 벼농사를 36년 만에 부활시킨 곳이다. 울릉도는 1980년대 중반까지 벼농사가 이뤄졌으나, 쌀보다 약초의 몸값이 높아지자 재배농가가 점점 줄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36년 만에 벼농사가 이뤄진 울릉도에서 울릉지역 초등학생들이 3일 모내기를 하고 있다. 울릉군 제공

36년 만에 벼농사가 이뤄진 울릉도에서 울릉지역 초등학생들이 3일 모내기를 하고 있다. 울릉군 제공

울릉군은 척박한 화산섬을 개간해 곡식이 자랄 만큼 비옥한 땅으로 만든 섬 주민들의 개척 정신과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군 소유 부지에 벼농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올 1월 서면 태하리 469-12 일대 1,488㎡에 잡초를 제거하고 평탄화 작업을 거쳐 논으로 변신시켰다. 본래 이 땅은 울릉도 개척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테마파크 부지였으나, 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크고 주변에 천연기념물이 산재해 형질 변경이 어려워 활용되지 못했다.

36년 만에 부활한 울릉군 벼농사에 선택된 품종은 농촌진흥청이 육종한 ‘운광’이다. 추수 때까지 울릉주민과 어린이들이 직접 재배한다. 생산량은 500㎏로 예상된다. 수확한 쌀은 울릉도와 독도 홍보용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주민들에게는 아련한 옛 정취를, 어린이들에게는 현장학습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 벼농사를 시도했다”며 “울릉도만의 독특한 벼농사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굴해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울릉=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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