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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일삼는 악당인데... 北, '생명' 살리는 WHO 집행부 선출

입력
2023.06.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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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위성발사기간 자체적으로 알아야 할 것"
IMO 향해 "후과 전적으로 책임져야" 위협
WHO 집행이사국 선출... 한미 "자격 없다"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북한이 세계보건기구(WHO) 집행부에 선출됐기 때문이다. WHO는 코로나19 대응과 글로벌 백신공급을 주도해왔다.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악당'이 생명을 살리는 국제기구의 '리더'가 된 셈이다.

北, "위성발사에 알아서 대비하라"...IMO 향해 엄포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연일 국제사회와 충돌하고 있다. 정당한 위성발사를 탄도미사일 발사로 몰아간다는 이유에서다. 유엔 안보리가 이번 사안을 논의하자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4일 "유엔 헌장 정신에 대한 모독이고 왜곡"이라며 들이받았다. 또 김 부부장은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불법"이라고도 했다. 그는 1일 "주권적 권리를 부정할 수 없다"며 추가 발사를 공언했다.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를 향해서도 으름장을 놨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가 진행할 위성 발사의 기간과 운반체 낙하지점에 대해 자체로 알아서 대책해야 할 것"이라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사에 앞서 IMO에 기간과 예상좌표를 통보하는 절차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해상선박과 주변국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IMO는 앞서 북한의 발사 직후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사상 최초로 대북 결의문을 채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잇단 입장 발표에 대해 "안보리 대북제재에 찬성, 반대하는 국가들을 양분해 이해관계가 없는 나라를 상대로 위성발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동조를 얻기 위한 제스처"라며 "논리적으로 밀리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구구절절 묻어있다"고 분석했다.

北, 코로나 국경봉쇄 아직도 못 풀어... "WHO 집행이사국 자격 있나"

이처럼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며 국제사회의 대립해온 북한이 WHO에서는 달랐다. 지난달 26일 호주, 우크라이나 등 9개국과 함께 새 집행이사국에 선출됐다. 2013년 이후 10년 만, 1998년 첫 선출 이후로는 4번째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국제규범을 이끄는 국가'가 되겠다며 전략지침을 마련했다고 한 바 있다.

문제는 북한의 보건상황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국경봉쇄를 아직 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난달 31일 첫 집행이사회 회의에 주무부처인 보건성 대외협력국장이 아닌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를 대신 보냈다. 특히 주민을 상대로 가혹한 인권탄압을 자행해온 북한이 과연 WHO 집행부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사국 선출과정에서 미국 대표는 "북한은 유엔기구가 정기적으로 기록하고 국제사회가 광범위하게 비판하고 있는 끔찍한 인권 침해와 학대 전력이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과연 유엔이 지향하는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세계 보건증진을 위한 기여를 해야 하는 WHO 집행이사국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이사국 선출을 막지는 못했다. 앞으로 WHO에서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한미 양국을 포함한 회원국들의 고민이 적지 않은 대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WHO의 선출절차는 존중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민 보건상황도 복원 못한 북한이 집행이사국으로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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