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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톈안먼 될라... 중국의 '쓰퉁차오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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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찾아간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고가도로 '쓰퉁차오(四通橋)'.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정면 비판한, 이른바 '현수막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해당 시위 이후 공안 인력을 주변에 배치하는 등 삼엄한 경계를 펼치던 모습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달라진 점도 있다. 최근까지 있었던 도로 표지판이 사라진 것이다. 본래는 쓰퉁차오 난간과 주변에 중국어와 병음(拼音·알파벳을 이용한 중국어 발음 표기)으로 '쓰퉁차오'라고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으나, 현재는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다. 이를 제외한 인근의 다른 고가도로나 육교 표지판은 그대로였다. 유독 쓰퉁차오 표지판만 철거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13일 쓰퉁차오에는 "핵산(PCR 검사) 말고 밥을, 봉쇄 말고 자유를, 거짓말 말고 존엄을, 문화혁명 말고 개혁을, 영수(지도자) 말고 선거권을 원한다" "시진핑을 파면하라" 등의 구호가 기재된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 주석을 직격한 선전물이 베이징 한복판에서 모습을 드러낸 초유의 사건이었다. 3년간 지속됐던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누적된 피로감이 폭발한 현상으로도 기록됐다.
심지어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쓰퉁차오는 검색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지도 앱인 가오더의 검색창에 '쓰퉁차오'를 조회해 보면, "검색 결과가 없다"는 안내 문구가 뜬다. 고가도로는 그대로인데 그 명칭은 중국 당국에 의해 지워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같은 조치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을 앞두고 취해졌다.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시민을 중국 정부가 무력 진압하며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톈안먼 사태는 중국에선 입에 올려선 안 되는 금기다.
톈안먼 광장의 존재 자체가 중국에도 민주화 열망이 있었음을 보여 주는 역사인 탓에 중국 정부는 시위 기념일이 돌아올 때마다 톈안먼 주변은 물론, 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해 왔다. 바이두 등 중국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톈안먼 시위를 의미하는 '6·4'가 검열 대상이 된 지 오래다. 5월 31일 이후 나흘이 지났다는 의미인 '5월 35일'이 톈안먼 시위를 뜻하는 암구호처럼 사용될 정도다. 쓰퉁차오를 '지우려 하는' 중국 당국의 시도도 그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곳이 톈안먼 광장처럼 '제2의 민주화 성지'로 인식될지 모른다는 당 지도부의 두려움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실제 쓰퉁차오 현수막 시위는 1개월 후쯤 벌어진 '백지 시위'에도 상당한 영감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11월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곳곳에선 제로코로나 정책을 규탄하는 백지 시위가 잇따랐다. 당시 "핵산 검사 말고 밥을" 등 현수막 시위 구호가 반복됐고, 해외의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선 현수막 시위 구호가 포스터로 제작돼 확산되기도 했다. 시위대 일부는 쓰퉁차오 주변에서 후속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지만, 공안 당국의 경계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중국 공안은 쓰퉁차오 주변에 공안을 배치해 경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취재진의 사진 촬영도 제지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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