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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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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전 인도네시아 집에 머물 때다. 현지인 중년 부부가 영어로 말을 걸었다. "일본인? 한국인?" "오랑 코레아 슬라탄(한국인)"이라고 하자 낯빛이 밝아지더니 그쪽 남편이 뜻밖의 얘깃거리를 꺼냈다. "현대자동차, 요즘 (인도네시아에서) 잘 팔리더라." 슬쩍 떠봤다. "일본 차가 더 많이 팔리지. 현대차는 비싸잖아." 그는 말려들지 않았다. "현대차 좋던데. 나도 한 대 샀어, 크레타." 대답이 절로 나왔다. "고맙구먼."
평범한 대화가 생소했다. 지난해 2월까지 자카르타 특파원으로 상주한 3년간 현대차를 먼저 언급한 현지인을 만난 기억이 없다. 한국을 원체 좋아하는 나라라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한국 얘기로 꽃을 피우긴 한다. 어지간한 한국인보다 더 잘 꿰고 있는 최신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 면면, 휴대폰은 삼성, 에어컨과 세탁기는 LG, 라면은 삼양(불닭볶음면을 가리킨다) 정도가 레퍼토리다. '그런데 현대차라니…'
듣고 나니 보였다. 9개월 만에 온 자카르타 곳곳을 현대차가 누비고 있었다. 일본 자동차 일색이던 이전 도로 풍경이 바뀌었다고 과장해도 될 만큼 꽤 지나갔다. 작년 1월부터 현대차가 현지 공장에서 순차적으로 양산했으니 1년여 만의 변화다. 2019년 5월 허허벌판이던 공장 부지를 직접 찾아가 국내에 처음 소개했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그림이다.
현지 통계(GAIKINDO)를 찾아봤다. 지난해 연간 판매 순위 8위, 올해는 4월까지 7위다. 20위 밑이던 2020년과 비교하면 장족의 성적이다. 점유율은 지난해 3%, 올해 3.6%다. 일본 차 점유율이 98%에 육박했던 인도네시아에서 비(非)일본 업체로는 유일하게 '마의 2%'를 돌파한 것이다.
더구나 전기차는 중국 업체(울링)와 양강 구도다. 지난해 판매량이 중국에 7대 3으로 밀렸다고 일각에선 걱정하지만 제원과 가격, 생산량을 감안하면 적절한 비교는 아니다. 그마저 현대차가 증산하면서 올 들어 6대 4로 역전 중이다. 전기차 주문은 5개월 치가 밀려 있다는 게 현지 법인 지인 얘기다.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파원 시절 취재 차량으로 쓰던 현대차는 잦은 고장에 수리도 오래 걸렸다. "애국심 없으면 못 타는 차"라는 동포들 농담에 맞장구치기도 했다. 진출 초창기 여러 잡음을 취재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인도네시아에서 눈과 귀로 확인한 현대차의 오늘은 우리 정부와 기업, 민간이 어우러져 일군 성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직접 인터뷰 때 "현대차 투자는 인도네시아의 행운"이라던 조코 위도도 대통령 말씀도 새삼 떠오른다.
다음 주자는 금융과 건설이다. 금융지주 회장들과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최근 잇따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건 고무적이다. 첫술에 배부르랴, 만나고 공들이다 보면 길이 열릴 것이다. 이미 인도네시아 1위 증권사는 한국 업체(미래에셋)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건설 자문 역할을 꾸준히 한 나라도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전 정권의 신(新)남방 정책은 폐기했더라도 동남아시아의 대국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은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이뤄지길 바란다. 그래야 기업도, 민간도 움직인다.
올해는 양국 수교 50주년이다. 인도네시아는 우리에게 으뜸을 선사한 게 많다. 한국의 해외 수력발전소 1호(중부발전, 왐푸), 해외 생산공장 1호(대상, 수라바야), 훈련기 및 잠수함 수출 1호 등이다. 인도네시아는 한류 언급, 한국 호감도, 니켈 매장량 세계 1위다. 정부의 분발을 앙망하며, 동포와 주재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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