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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만명 태어난 02년생... 절반세대가 대한민국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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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명 대로 내려앉은 지 20여 년. 기성 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 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1970년 이 땅엔 100만 6,64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 통계 집계 이래 1년 출생아가 100만 명을 넘은 첫 해였다. 이듬해도 100만 명이 넘었다. 그 결과 1970년대 말과 80년대 국민학교는 콩나물 시루였다. 한 반 학생이 70명 넘는 곳이 허다했고, 교사(校舍)가 부족해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어 학교를 다녔다. 1970년생이 고3때 치른 1989학년도 학력고사엔 무려 110만 명(재수생 포함)이 응시했다.
그랬던 출생아가 절반으로 꺾인 해가 바로 2002년이다. 이 해 태어난 아이들은 49만 6,911명. 그 2002년생이 고3이었던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응시자는 49만3,434명으로, 수능 사상 최초로 50만 명 아래를 기록했다.
그래서 2002년생은 건국 이래 처음 등장한 '절반 세대'다. 만으로 스무 살이나 스물 한 살인 이 절반 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대학가에선 이미 학생 부족 현상이 시작됐고, 남학생들이 휴학을 하고 가야 할 군대에선 부대 통폐합 작업이 이어지는 중이다.
왜 하필 2002년이었을까. 인구 전문가들은 1980·90년대 등락을 반복하던 출생아 수가 2000년대 초 급감한 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하며,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보편화했다는 것.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IMF 사태가 출산에 영향을 준 것이 가시화된 시점이 바로 2002년"이라며 "인구 감소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해"라고 평가했다.
지금 한국의 인구 상황은 1970년, 2002년에 이은 세 번째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2017년(35만 7,771명) 처음 40만 명 아래로 내려온 출생아 수는 속절없이 수직낙하하며, 지난해 24만 9,000명으로 기어이 25만 명 아래로 무너졌다. 2002년의 절반으로 감소하며, 불과 20년 만에 두 번째 절반 세대가 출현한 것이다.
절반 세대의 충격파는 이들의 생애주기를 따라 쭉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들이 취업하고, 결혼을 고려하고, 가족계획을 하고, 부동산을 구입하고, 자녀 교육에 돈을 투자하며, 부모를 봉양하고, 은퇴를 결정하게 되는 모든 생애주기에서, 대한민국은 100만이 떠받치던 인프라를 50만에게 부담하도록 해야 하는 '절반 쇼크'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쇼크는 이미 현실이 됐다. 2002년생이 대학에 들어간 2021년 지방대에선 대량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들이 군대에 입대하고 직장인이 되는 3~5년 뒤 병력 부족과 구인난 등 사회적 충격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현 인구로는 기존 사회를 운영할 수 없는 만큼 사회적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두 번째 절반세대(17~22년생)가 몰고 올 '제2의 물결' 또한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그 물결은 보육→초등교육→사교육→대학→군대→취업→결혼·출산으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 인프라에 엄청난 충격파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절반 쇼크에 대비할 마지막 기회인 만큼 절반 세상에 적응할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80만~100만명씩 태어난 기성세대가 만든 구조·제도·정책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40만 명이 노동시장에 들어오고 결혼을 하게 된다"며 "후속 세대가 활용할 구조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제1부 인구 충격 진앙지, 절반세대
①소멸은 시작됐다
②2038 대한민국 예측 시나리오
③절반세대 연애·결혼·출산 리포트
④절반세대 탄생의 기원
제2부 무너진 시스템 다시 짜자
제3부 절반세대가 행복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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