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부활한 에이스 배준호... 1골 1도움으로 8강행 견인

이영준 선제골 어이스트 후 추가 득점
에콰도르 상대 3-2 승리 일등공신
부상 여파로 조별리그 부진했지만
5일 나이지리아전 앞두고 완벽 부활

김은중호의 에이스 배준호가 2일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은중호의 에이스 배준호(대전 하나시티즌)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며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배준호는 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20세 이하(U-20) 아르헨티나 월드컵 16강전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3-2 승리에 앞장섰다. 이로써 한국은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9 폴란드 대회에 이어 2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U-20 월드컵에서 2회 연속 8강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준호는 초반 10여 분간 이어진 탐색전이 끝나자마자 에이스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전반 11분 중원 왼쪽 지역에서 에콰도르의 수비라인을 절묘하게 깨트리는 크로스를 올렸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든 이영준(김천 상무)은 이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배준호는 8분 만에 직접 추가골까지 기록했다. 전반 19분 박창우(전북 현대)가 상대 진영 오른쪽에서 낮게 깔리는 패스를 보냈고,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이를 받은 배준호는 터치 한 번으로 수비수를 벗겨내며 슈팅 각을 만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각도를 좁히기 위해 달려 나왔지만, 배준호는 속임동작으로 골키퍼의 중심을 무너뜨린 뒤 침착하게 슈팅을 날렸다. 배준호의 연이은 공격포인트로 한국은 초반 기세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다.

사실 배준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는 별다른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K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을 토대로 대회 전부터 ‘김은중호의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훈련 도중 허벅지 내전근 부상을 입어 정작 1차전 프랑스와의 경기에는 결장했다. 2차전 온두라스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부상 여파 탓인지 후반 초반 교체됐고, 감비아전엔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부상을 완전히 털어낸 배준호는 달랐다. 그는 이날 1골 1도움 외에도 공의 흐름을 끊지 않는 돌파, 날카로운 패스 등 소속팀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배준호가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덕분에 한국 대표팀은 이날 경기시간의 대부분을 2골차 리드로 끌고 갔다. 한국은 전반 31분 저스틴 쿠에로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후반 3분 최석현(단국대)의 헤더골로 다시 달아났다. 후반 37분 배준호가 교체아웃되고 2분 만에 세바스티안 곤살레스에 추가골을 허용했지만 이후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해 8강 고지를 밟았다.

배준호는 경기 후 “부상으로 팀원들에게 미안한 점이 많았다”며 “잘하려 하기보다 열심히 뛰려 했다. 상대가 누구든 지금까지 해온 대로 대비해 좋은 경기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에이스의 부활로 든든한 공격자원을 하나 더 추가한 김은중호는 5일 오전 2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상대한다. 이번 대회 무패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한국이지만 나이지리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탈리아와 브라질이 속한 '죽음의 조'에서 2승 1패의 호성적을 거두고 조별리그를 통과한 강팀이다.

나이지리아는 이탈리아(2-0)와 도미니카공화국(2-1)을 꺾은 뒤 브라질(0-2)에 패해 골득실로 조 3위를 기록했지만, 16강에서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2-0으로 완파했다. 16강 진출 확정 후 치른 브라질전을 제외하면 도미니카공화국전 페널티킥 실점이 유일할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16강에서는 아르헨티나에 무려 27개의 슈팅을 허용하고도 한 골도 먹지 않았다.

빅터 엘레투(AC밀란)가 경계대상 1호지만, 에이스 한 명에게 기대기보다 다양한 선수를 고르게 활용하는 팀이다. 이번 대회에서 6골을 기록 중인 나이지리아는 상대 자책골을 제외한 5골을 모두 다른 선수가 넣었다. 김은중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 모든 것을 맞춰야 한다. 그다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나이지리아가) 하루 더 쉬었기 때문에 회복에 중점을 두겠다"고 계획을 전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