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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파더스(Bad Fathers)' 운영자는 유죄인가

입력
2023.06.05 04:40
25면

편집자주

변호사 3만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배드 파더스(Bad Fathers) 인터넷 페이지 캡처

배드 파더스(Bad Fathers) 인터넷 페이지 캡처

2018년 7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여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드 파더스(Bad Fathers)'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개설됐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2021년까지 3년 동안 900건에 가까운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게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사전 통보를 하자 곧바로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가 그중 690건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이트 운영자 중 유일하게 실명을 공개하고 활동한 구본창씨는 2019년 8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을 했고, 재판부도 배심원의 평결을 그대로 채택하여 2020년 1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년 후인 2021년 12월 항소심은 1심 판결을 파기했고, 구씨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양육비 미지급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법적제도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 점을 참작하여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현재는 대법원이 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구씨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가. 1심과 2심의 판단은 유·무죄로 갈렸다. 핵심은 구씨에게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이는 적시한 사실의 내용과 성질, 표현 방법, 사실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훼손되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고려하여 판단된다. 한편,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은 서로 상반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사실적시의 주된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있었다면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 결론적으로 구씨의 주된 목적이 비방에 있었는지, 공공의 이익에 있었는지가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1심은 양육비 문제가 법률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양육비 채무의 불이행은 결국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단순한 금전채무 불이행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고 보았다. 구씨는 사이트 운영과 관련하여 어떠한 이득을 취한 바도 없고, 다수의 부모 및 자녀들이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함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아가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으므로 비방의 목적이 부인된다고 보았다.

2심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공적인 관심 사안은 맞지만, '양육비 채권의 중요성'과 '사인 또는 사적 단체에 의한 신상정보공개 허용여부'는 구분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혼여부 및 양육비 미지급 같은 정보는 개인의 사적 사정에 해당하는데 이들의 신상정보가 무제한적으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이 중대하게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기관의 경우에도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때는 법률에 따라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1, 2심 모두 확고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한편, 구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는 동안 국회에서는 2020년 6월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한 데 이어, 다음 해 1월에는 출국금지조항, 명단공개조항, 형사처벌조항을 신설했다. 양육비 채권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촉발되어 국회가 법을 통과시킨 데까지 이른 것이다.

구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명예보다 자녀의 생존권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활동했다고 한다. 실효성 있는 양육비 이행법이 없어 수많은 부모와 자녀들이 고통 받는 동안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으며, 구씨의 활동이 윤활유가 되어 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것만큼 구씨의 주된 목적을 입증해 주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지, 구씨에게 '비방의 목적'을 인정하여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소송을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부합하는 것인지, 대법원의 고민이 깊을 듯하다.

소제인 법무법인 (유)세한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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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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