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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땅이 없어 바다를 판다"... 이차전지 특구, 새만금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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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없어서 물(바다)을 팔고 있습니다. 이차전지업체들 사이에 좋은 투자처로 소문이 났거든요."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지난달 31일 찾은 전북 군산시 새만금 부지. 바다를 메워 만든 여의도 140배 넓이의 땅은 새로운 산업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차전지업체가 들어설 새만금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도로, 수변도시 개발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공장들은 새만금 부지 서쪽 국가산단에 있었다. 현 정부 들어 유치한 28개 기업 중 14개사가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해질을 만드는 이피캠텍 제2공장은 10일 본격 가동에 앞서 시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월 15톤 규모이던 이 회사의 전해질 생산량은 제2공장을 통해 150톤까지 늘어날 계획이다.
이성권 이피캠텍 대표는 새만금 국가산단을 부지로 택한 이유로 "세제 혜택과 빠른 인허가 지원"을 꼽았다. 법인세, 소득세를 5년간 100% 면제받은 데다 투자 유치부터 인허가까지 새만금개발청이 일괄(원스톱) 처리하면서 공장 설립이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값싼 분양가도 핵심 강점이다. 산단 부지는 3.3㎡당 50만 원대로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새만금에서 이차전지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모두 이뤄지는 가치사슬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곳에는 LG화학, SK온, 에코프로, 중국 GEM 등 국내외 대기업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김 청장은 "기업의 투자 쇄도로 매립 전 바닷물 상태인 8공구도 2.6㎢가 팔려 나갔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 지원도 투자를 뒷받침한다. 28일부터는 새만금개발법이 시행돼 투자진흥지구에 입주하는 기업은 법인세, 소득세가 3년간 100% 면제되고, 추가로 2년간 50% 감면된다. 새만금 사업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현 정부 출범 이후 4조2,000억 원의 투자 유치 성과를 거뒀다. 9년간 실적(1조5,000억 원)보다 3배가량 많다.
다만 열악한 정주 여건으로 인한 인력 유출은 여전히 애로 사항으로 남아 있다. 산단 주변엔 카페도, 식당도, 주택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성권 대표 역시 "직원들이 가정을 꾸려 이곳에서 계속 근무하려면 필요한 게 많다"고 말했다. 결국 도시 기반시설(인프라)과 교통망을 함께 갖춘 자족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새만금개발청은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북 부안군과 군산을 잇는 남북도로는 7월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동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남북도로는 3만5,000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8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의 관문이 된다. 철도, 항만, 신공항 건설 등도 계획하고 있다.
국가산단 남쪽에 자리 잡은 수변도시는 이달 매립이 끝난다. 하천 흙을 끌어다 바다를 메워 만든 6.6㎢ 규모 도시로 내년 말 분양, 2027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예상 인구는 2만5,000명이다. 김 청장은 "매립 전인 바닷물도 분양한 만큼 수변도시 용지도 다 팔 수 있다"고 완판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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