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모델' 방식 바이오산업 육성... 윤 대통령 "경제위기 극복엔 과학기술뿐"

제5차 수출전략회의 주재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바이오클러스터에서 열린 제5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부가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특화 산업단지 구축에 나섰다. 미국 보스턴처럼 한국의 주요 거점 지역에 대규모 특화 산업 중심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출 위기와 무역수지 적자가 우려되는 대외 환경 속에서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시켜 수출 경쟁력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서 주재한 제5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지난 4월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보스턴의 바이오 클러스터에 착안한 산업단지를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바이오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바이오 기업과 주요 대학이 어우러져 대표적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 미국 보스턴을 예로 들며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라는 기반만으로 된 것이 아니고, 공정한 시장 질서와 보상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서 공학·의학·법률·금융 분야 최고 인재들이 모이도록 만든 것”이라며 “연구소, 대학, 투자기관을 공간적으로 집합 배치시키는 수준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연결하면서 기술 개발과 가치 창출을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예로 든 미국 보스턴은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다. 정부는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지난 4월 윤 대통령이 방미 때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미국 바이오 업계 인사들과 만나 바이오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클러스터의 성공적 작동을 위해 공정한 보상 체계를 법제화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풀면서 시장에 활력을 주는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며 “재정을 잘 골라서 선도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민간의 관심과 투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규제 등을 풀어 클러스터에 기업ㆍ대학 등이 한데 모여 바이오 클러스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거점 지역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클러스터 특화펀드를 조성해 유망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또 MIT 등 세계 최고 수준 연구기관과 연구개발(R&D) 협력에 나서고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수합병(M&A) 시 세액공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제 교류 협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서울대병원과 카이스트가 MIT랑 협력해 바이오 동맹이 구체화될 수 있어야 한다”며 “파트너십이 아니라 얼라이언스(동맹) 개념으로 가야 한다. 연구기관 간 국제적 협력 체계에 정부도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외적인 요인 때문에 경제 불안정성이 계속 지속되고 있고, 수출과 교역에 어려움도 많이 있지만 위기가 거꾸로 기회가 되는 것"이라며 "경제위기라고 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을 해야 하고 생산성 향상이라는 건 과학기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우리 축구도 국제화되니까 월드컵 예선 탈락은 생각도 안 하는 수준으로 올라간 것처럼, 우리가 첨단과학기술을 육성할 때에도 '국가주의'보다 '국제주의'로 접근해야 한다"며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거듭 부각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인내를 강요하면 혁신의 장애물이 된다"면서 "혁신을 만들어 내는 데에 장애가 되는 제도가 있는 경우 관계 장관에게 건의를 해 주신다면 신속하게 검토를 해서 '이건 확실이 있어야 된다'는 신념이 없는 부분들은 모두 없애겠다"며 불필요한 규제 해소를 약속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