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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발사장소도 속였다… 동시다발 위성 쏘려 로켓 머리 키워

입력
2023.06.01 19:00
수정
2023.06.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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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사진 공개
주민 못 보는 조선중앙통신 통해 알려
동창군 새 발사장에서 간이식 발사 정황
IMO, "北, 선원과 해운 안전 심각히 위협"

북한이 지난달 31일 첫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로켓은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새 발사장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첫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로켓은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새 발사장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장면이 담긴 사진을 1일 공개했다. 전날 발사에 실패했지만 공격무기인 탄두가 아닌 위성을 탑재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속셈이 읽힌다. 사진에 드러난 북한의 기술력과 의도를 짚어봤다.

①급조한 새 발사장에서 쏴 올린 로켓

우선 발사장이 새롭다. 북한이 최근 새로 지은 제2발사장으로 추정된다. 광명성 3·4호 등 기존 위성 발사 때 주로 써온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3~4㎞쯤 떨어져 있다. 로켓 발사 때 뿜어져 나온 화염이 인접한 바다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됐다. 발사장은 최근 2개월간 급히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 발사장에는 '갠트리 타워(발사대)'가 없었다. 대신 두꺼운 사각 콘크리트 패드 위에 발사체를 세워 고정해 놓고 쏴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때와 비슷하다. 갠트리 타워에 로켓을 기립시킨 뒤 쏘는 기존 발사장 방식과 차이가 있다.

북한 무기체계에 밝은 한 연구자는 "기존 발사장에서는 1·2·3단 엔진 상태 등을 점검한 뒤 조립해 완성도를 높여 발사를 하는 반면, 새 발사장 같은 간이식은 준비기간이 짧은 대신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정을 서두르다 발사에 실패했다는 국정원의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발사 직전까지 '연막작전'을 폈다. 마치 기존 발사장에서 로켓을 쏴 올릴 것처럼 눈속임했다. 미국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발사 이틀 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서해위성발사장의 발사대 옆에는 이동식 조립 건물이 붙어 있었다. 로켓 기립을 앞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한미 정보자산의 감시망에 혼선을 주려는 기만책으로 풀이된다.

②머리 큰 '가분수' 미사일…누리호처럼 다중 위성 탑재력 뽐내려 한 듯

로켓의 머리 부분인 페어링(위성 덮개)이 뭉툭한 점도 특징이다. 끝부분이 뾰족한 탄두 탑재 미사일과는 모양이 다르다. 사진상 페어링 직경이 약 3.1m로 추정돼 몸통보다 더 두꺼웠다. 이는 로켓 상단에 탄두가 아닌 위성이 들어있다는 의미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성 운반 로켓은 위성체를 보호하기 위해 페어링을 조금 크게 만든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패한 발사 장면을 굳이 공개한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번 로켓 발사가 ICBM 등 무기체계 시험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려는 것이다. 사진을 공개한 조선중앙통신이 북한 주민들은 접근하지 못하는 대외용 관영 매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해석에 더 힘이 실린다.

이처럼 '큰 페어링'은 다중 위성발사 능력을 짐작게 한다. 향후 여러 위성을 한 로켓에 실어 우주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누리호가 3차 발사 때 실용위성 8기를 싣고 우주로 향한 것처럼 북한도 비슷한 능력을 뽐내려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대형 페어링은 신형 발사체의 발사용량 능력을 과대하게 선전하기 위해 설계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③김여정 "눈 빠지게 우리 살피는 미국의 적반하장"…국제사회는 북한 규탄

1단 추진체의 길이가 2·3단보다 짧은 점도 눈에 띈다. 1단이 짧으면 그만큼 연료와 산화제가 적게 들어간다. 북한이 왜 1단을 짧게 만들었는지는 우리 해군이 서해에서 인양작업 중인 잔해를 건져 분석하면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통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발사 실패 이튿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앞세워 자위권을 내세우며 로켓 발사를 정당화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조선(북한) 반도 상공에 숱한 정찰위성을 꽉 채워놓고 눈 빠지게 우리의 일거일동을 살피는 미국이 우리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걸고 드는 건 적반하장"이라며 "확언컨대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궤도에 정확히 진입해 임무수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판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위성이라는 표현은 없고 북한의 발사를 미사일로 못 박았다. IMO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미사일 발사 때 적절한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아 선원들과 국제 해운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IMO는 선박 안전 등에 관한 국제협약 등을 관장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로 남북한 모두 정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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