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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찰위성 도발 긴장 속 어설픈 경보 오발송…불안 가중

입력
2023.06.01 04:30
27면

1,000만 서울시민 아침부터 공포·혼란
준(準)전시상황 국가기관 허둥지둥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위급재난문자 오발송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위급재난문자 오발송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위성체 궤도진입은커녕 발사체가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상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2시간 30여 분 만인 어제 오전 9시 5분 “’천리마-1’형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며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그럼에도 발사 자체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동북아 긴장을 유발하는 도발을 멈추기 바란다. 즉각 2차 발사가 예고된 만큼, 한미일 공조가 빈틈없이 작동하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위성발사는 실패했지만 정작 한국의 대응능력을 시험대에 올려 뒤흔든 격이 됐다. 사전 예고됐음에도 경계경보 오발령 사태에 정부기관끼리 허둥지둥하며 혼란상을 드러낸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어제 아침 6시 41분 서울시는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시점도 9분이나 늦은데다 ‘왜 경계경보를 발령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22분 뒤인 오전 7시 3분 행정안전부가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해 시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대혼돈에 빠졌다. 전쟁상황 우려에 따른 접속 폭주에 네이버가 먹통이 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행안부는 백령·대청면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설명한 반면, 서울시는 “백령·대청면에 국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고 엇갈린 설명을 내놓았다. 오세훈 시장은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면서도 상황의 긴박성에 '실무자의 과잉대응이 낫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경각심이 무뎌지는 부작용은 어떻게 할 건가. 국가시스템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이번 사태로 우리의 준(準)전시 상황 대비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줬다. 이대로라면 한미일 공조 강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1,000만 서울시민을 아침부터 공포와 혼돈으로 내몬 관련 기관 모두 기강해이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위기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와 지자체의 각성이 절실하다. 국가와 국민 안전이 경각에 달렸음을 인식하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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