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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직접 챙겼는데... 北 '천리마 로켓' 왜 실패했나

입력
2023.06.01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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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매체 "신형 엔진 믿음성·안정성 떨어져...
사용 연료 특성도 불안정" 사고 원인 분석
김정은 강공 드라이브에 무리해 진행한 듯
국정원, 북 로켓 무리한 경로변경 탓 실패 분석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31일 발사한 우주발사체(천리마 1형)가 서해에 추락했다. 첫 군사정찰위성은 우주궤도에 올리지도 못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름 전 직접 위성을 둘러보고 현지지도를 하며 "행동계획을 승인한다"고 요란을 떨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결과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올해 4월을 목표로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했는데, 당초 일정보다 한 달 늦게 쐈는데도 체면을 구겼다.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엔진을 무리하게 사용한 것이 최우선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북한은 위성 발사 직후 실패를 인정하면서 “발사체가 정상 비행하던 중 1계단(단계)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해 조선 서해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발사체 2단 엔진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북한은 특히 "신형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위성운반 로켓용 대출력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고 선전했지만, 실상은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엔진이라는 것이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새로운 엔진의 연소 특성이 불안정하고, 지상연소시험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아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애당초 엔진 2단 성능을 시험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단 엔진은 고공 엔진으로 고도 100, 200㎞ 이상에서 점화하는데 이를 지상에서 측정하려면 '진공 체임버'가 있어야 검증이 가능하다”면서 “동창리 시험장에서는 진공 체임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개된 것으로만 볼 때 동창리에 지상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충분한 시험평가를 하고 발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1단 엔진 연료통으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1단 엔진 연료통으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김 위원장이 위성발사를 재촉하면서 북한 우주발사체 개발진이 혼돈에 빠진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위성 발사 과정이) 상당히 어수선했고 체계적이지 못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발사에 대한 압박을 굉장히 가하는 데다 굉장히 정치적으로 시한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진행하는 점이 겹치면서 무리한 발사였다"고 꼬집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우주발사체 발사 절차가 과거에 비해 빨리 진행됐다”며 “(북한이) 비정상적 추진력 상실과 연료 특성 불안정을 이유로 댔는데, 이를 포함해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실패 원인으로 ‘연료의 특성’을 언급한 것도 관심거리다. 이날 우리 군이 인양한 북한 위성발사체 연료통 추정 사진을 보면 액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우주발사체 성공을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액체연료를 개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장 센터장은 “사용된 연료는 기존의 로켓연료에 비해 성분에 대한 조성비를 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이 같은 '연료 문제'는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지금까지 장거리 로켓과 위성을 다 액체연료를 기반해 만들었다”며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기 시작한 게 25년이 된 만큼 액체연료 추진체에 대한 실험이나 연구는 그동안 많이 해왔기 때문에 결함도 빨리 찾을 것이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발사 실패 원인으로 로켓의 무리한 경로 변경을 꼽았다. 유상범 국민의힘 간사는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 후 브리핑에서 "과거에는 1·2단계의 비행경로가 일직선이지만 이번 발사는 서쪽으로 치우친 경로를 설정했다"며 "동쪽으로 무리하게 경로를 변경하다가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정원의 분석을 전했다. 국정원은 또 김 위원장이 현지에서 발사를 참관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진욱 기자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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