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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벨소리 "콘돔콘돔콘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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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이 아니라 너무 많은 출생으로 근심하는 나라가 있다. 인도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 약 3억 명이었던 인도 인구는 지난달 14억2,577만 명을 돌파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찍었다. 인도인들은 행복하지 않다. 인구의 40%가 25세 미만인데 이 중 46%가 실업 상태다. 사람은 많고 일자리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늘어 고령인구가 급증했지만 부양할 세대가 없다.
인구문제가 시한폭탄이 되는 동안 정부는 안이했다. 1950년대에 세계 최초로 인구계획 전담 기관을 만들었으나 후속 조치는 느렸다.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었다. 피임을 수치로 여기고 거부하는 문화의 탓도 컸다고 영국 BBC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정관수술을 하면 체력이 떨어져 일을 못한다.” 인도에서 유난히 위력을 떨치는 미신이다. 여성의 10%만 경제활동을 하는 인도에서 남성이 노동능력을 상실하면 가족의 생계가 위태해진다. “피임하다 밥 굶을래?” 과학을 내세워 반박하기엔 피임에 들러붙은 공포의 힘이 너무 세다.
개개인의 무지에만 책임을 돌릴 순 없다. 1975년 인디라 간디 정부는 정권 연장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년간 철권통치를 했다. 인구조절과 빈곤퇴치를 명분으로 남성 620만 명이 강제 불임수술을 당한 건 사회적 외상으로 남았다.
겹겹이 쌓인 피임 기피 문화의 피해를 뒤집어쓴 건 여성들이다. 잦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건강 손실도, 대가족 돌봄노동의 부담도,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중단하는 부작용도 여성이 짊어졌다. 남성들은 여성들을 믿고 계속 버텼다. 사회적 문제의 피해가 약자집단에 집중될 때 사회는 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이 2000년대에 시작한 게 ‘거리낌 없이 콘돔 말하기 캠페인’이다.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은 콘돔에서 출발해 피임에 눌러붙은 편견과 낙인을 씻어내는 게 목표였다. 이런 식이었다. 홍보영상 속 남성은 엄청난 용기를 내 공공장소에서 “콘돔!”이라고 말하고 박수를 받는다. 전화가 오면 “콘돔콘돔콘돔~” 하는 아카펠라 노래가 울리는 벨소리도 만들어 뿌렸다.
그렇게 콘돔과 피임은 삶에 스며들었고 그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인도 인구는 2064년까지 불어날 예정이지만 증가 곡선은 완만해졌다. 정부 조사에서 “현대적 피임법을 안다”고 답한 응답자는 2015~2016년(47.8%)보다 2019~2021년(56.5%)에 늘었다.
인도의 피임 같은 취급을 받는 존재들이 세상엔 많다. 그냥 싫고, 두려워서 싫고, 잘 모르지만 알아보기 귀찮으니까 싫고, 싫어하라고 배워서 자신 있게 싫고, 아무리 싫어해도 나는 안전하므로 편하게 싫어해도 될 것 같은 존재들. 예를 들면, 페미니즘, 동성애, 이슬람이 그렇다.
인도를 바꾼 건 “콘돔”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었다. “행동을 변화시키는 건 퍼즐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일 수 있다. 피하지 않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만으로 태도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BBC가 인용한 인도 보건전문가의 말이다.
페미니즘, 동성애, 이슬람이 싫은데 어쩐지 마음이 불편한 당신도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이다. “페미니즘페미니즘페미니즘···.” “동성애동성애동성애···.” “이슬람이슬람이슬람···.” 헛웃음이 나와도, 뭐하는 건가 싶어도, 손해 볼 것 없으니 일단 한번 해보는 것이다. 장담하건대, 불편함은 누그러지고 세상은 나아진다. 틀림없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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