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불법 집회' 엄단 방침으로 노정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오늘 오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민주노총 집회가 열린다. 조합원 2만여 명이 결집해 탄압에 항의하겠다는 노조와, 차로 점거나 집회 장소·시간 위반 등 불법이 있으면 즉시 해산시키겠다는 경찰이 맞서면서 자칫 심각한 충돌이 우려된다. 용산 대통령실, 서대문 경찰청 등지에서 사전 집회 후 세종대로에 모여 본집회를 갖는 일정이라 상황에 따라선 도심 곳곳에서 대치하며 극심한 혼잡이 빚어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줄곧 갈등해온 노정 관계는 이제 일촉즉발 국면이다. 지난 16일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가 직접적 계기였다. 심야 도심에서 음주, 방뇨까지 따른 '집단 노숙'에 시민 불편 신고가 쇄도하자 대통령이 23일 "국민의 자유·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렸다"며 불법 집회로 규정했고, 다음 날 당정은 야간(0시~오전 6시) 집회와 출퇴근시간대 도심 집회, 불법 전력 단체 집회의 제한 검토에 나섰다. 경찰도 6년 만에 시위 해산 훈련을 재개하고 25일 건설노조의 대법원 앞 노숙 농성을 원천 차단했다.
정부와 노조는 오늘 집회가 폭력시위 부활의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집회 허용 시간(오후 5시까지) 준수 약속을 지키고, 경찰은 공권력 남용 없이 행사를 관리해야 한다. 과거 촛불시위가 보여준 것처럼 집회·시위 권리 보장과 평화로운 진행은 서로 선순환하며 집회 문화가 성숙하는 동력이 됐다.
당정은 집회·시위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이란 토대 위에서 시위 문화 개선 방안을 꾀해야 한다. 집시법상 일부 조항을 부각하며 집회를 광범위하게 제한하려 든다면 자의적 법 적용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와 법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해야 마땅하다. 노조 또한 민폐 시위로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시민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집회·시위 문화를 조성할 책임이 당사자들에게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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