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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신입 PD’가 노동 예능에 꽂힌 이유

입력
2023.05.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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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로 청춘 소환하고 일터에서 현지인 교감 기대"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의 류호진·윤인회 PD 인터뷰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의 한 장면. CJ ENM 제공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의 한 장면. CJ ENM 제공

배경은 분명 호주 시드니인데, 조금 독특하다. 부산 사투리를 쓰는 연예인들이 여기가 시드니임을 느낄 새도 없이 아침마다 카페와 농장 그리고 청소 업체로 각각 출근해 하루 종일 고군분투한다. 배우 이시언은 파리지옥 쓰레기장을 마주하며 몸서리치지만 "그래도 해야지, 뭐" 하며 하수구를 샅샅이 청소하고, 카페에서 일하는 허성태는 의사소통에 애를 먹지만 차근차근 커피를 내리며 '레벨업' 한다. 이들은 열심히 번 돈으로 퇴근 후 짬을 내 '불금'을 즐기고 노동 후기를 나누며 깨닫는다. "아, 맞다. 여기 시드니였지."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를 연출한 윤인회(왼쪽) PD와 류호진 PD. CJ ENM 제공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를 연출한 윤인회(왼쪽) PD와 류호진 PD. CJ ENM 제공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부산촌놈)는 배우 이시언과 허성태, 안보현 그리고 여행 유튜버 곽튜브(곽준빈) 등 부산 출신 출연자들의 진짜 시드니 노동기를 그린다. "고향은 부산이지만 어른이 된 뒤 서울로 올라오면서 정체성을 바꾼 사람들이 사투리를 쓰면서 10대, 20대의 옛날 정체성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 나이대에 가장 재미있을 사건이 뭘까 생각했더니 워킹 홀리데이가 떠오르더라고요." '부산촌놈'을 연출한 류호진 PD가 30일 한국일보와 만나 들려준 기획 후기다.

대중에 '1박 2일 막내 PD'로 각인됐던 류 PD는 이제 윤인회 PD와 함께 '노동'과 '로컬'을 키워드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tvN '서울 촌놈', '어쩌다 사장' 시리즈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부산촌놈' 역시 이 두 가지 키워드를 함께한 시도로 읽힌다. 부산 출신의 사람들을 '노동'을 테마로 묶은 이유를 묻자 "일 그 자체보다 일이라는 판을 매개로 사람들과 교감하길 바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윤 PD는 "일을 해야 새로운 사람, 특히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고, 그 사람들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 PD도 "사람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압박과 쾌감을 주는 게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의 한 장면. 배우 이시언은 청소 업체에서 일한다. 유튜브 캡처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의 한 장면. 배우 이시언은 청소 업체에서 일한다. 유튜브 캡처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에서 여행 유튜버 곽준빈은 배우 안보현과 함께 농장에서 일한다. CJ ENM 제공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에서 여행 유튜버 곽준빈은 배우 안보현과 함께 농장에서 일한다. CJ ENM 제공

그렇게 출연진들은 현지인들의 삶의 터전 속으로 스며들었다. 출연진들조차 처음엔 '이렇게 일만 해도 되느냐'라며 원망 섞인 눈빛을 카메라 너머의 PD들에게 보냈을 정도였다. 하지만 노동과 일터,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섞여 가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도 함께 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류 PD는 "워킹 홀리데이로 청춘에 대한 동경도 담고 싶었고, 이와 함께 이국적인 삶의 모습과 더불어 단순한 노동을 천시하지 않는 태도를 지닌 호주를 보며 생각해 볼 지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 PD 역시 "호주라는 나라가 노동자의 나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다 보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알바를 하는 게 자연스럽더라"라면서 "출연자들에게 일을 가르쳐 주는 사수들도 나이는 어리지만 일에 있어서 선배인데 이조차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고 거들었다.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에 배우 배정남이 새 멤버로 합류한다. 유튜브 캡처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에 배우 배정남이 새 멤버로 합류한다. 유튜브 캡처

이제 반환점을 돈 '부산촌놈'은 다음 달 5일부터 시간대를 옮겨 방송된다. 새 멤버 배우 배정남도 합류한다. '찐' 부산 사투리와 높은 텐션으로 멤버들과 새로운 '케미'를 만들어 낼 예정이다.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는 청춘들이 그러하듯 열심히 노동해 번 돈으로 출연자들이 즐길 휴가도 관전 포인트다. 류 PD는 "이제까지 각자의 일과 호주의 직장이 돋보였다면 남은 회차에서는 워홀의 밸런스가 더 잘 보이는 단계로 넘어간다"면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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