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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 맘껏 베껴도 괜찮아요"... 팝스타 그라임스의 'AI 커버'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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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무리 들어도 분명 그라임스(Grimes)의 목소리다. 그런데 그라임스의 앨범 목록(디스코그래피)을 뒤져도 이런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 그가 직접 녹음한 적도 없는 곡, 그러나 그라임스 목소리가 분명한 노래. 알고 봤더니 그라임스 음성을 똑같이 따라하는 인공지능(AI)이 만든 노래다. 이 곡은 그라임스의 곡일까, 아닐까?
AI 시대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준 신곡 수백 곡이 다음 달 스포티파이 등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창작자들이 만든 곡 위에, 캐나다 출신 가수 그라임스의 음성을 AI로 복제한 목소리를 얹었다. 이 곡들은 그라임스가 직접 자기 음성을 오픈소스(무상 공개 소프트웨어)로 내놓으면서 탄생할 수 있었다. 최근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복제한 'AI 커버곡'을 두고 저작권 위반 논란이 거센 가운데, 그라임스는 반대로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을 테니 맘껏 복제하라"고 독려하고 나섰다.
그라임스가 음악계에 논쟁적 화두를 던진 건 지난달이다. 그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내 목소리를 마음껏 사용하라"며 "AI를 활용해 자신의 목소리가 포함된 노래를 성공적으로 만들면 로열티의 50%를 주겠다"고 썼다. 음원 수익 절반을 나눠주는 것을 조건으로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법적 권한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우주의 선물이기 때문에 통제하기보단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런 실험에 나섰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전 연인으로, 머스크와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AI 실험을 위해 그라임스는 음악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플랫폼 크리에이트세이프와 손잡고 목소리를 똑같이 구현하는 생성 AI 플랫폼을 공개했다. 누구나 자신이 쓴 곡을 업로드하면, 'AI 그라임스'가 이를 불러 음원 형태로 완성시켜주는 소프트웨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라임스와 작업하는 것을 꿈꿨던 신인이나 무명 창작자들이 앞다퉈 플랫폼으로 몰려들었다. 지금까지 완성된 곡만 300곡이 넘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다우다 레오나르드 크리에이트세이프 최고경영자는 "플랫폼에 등록된 수백 곡을 향후 몇 주 안에 각종 음원 플랫폼에 정식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가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복제한 곡이 음원으로 공개되는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엔 유명 가수 더 위켄드와 드레이크의 목소리를 AI로 복제해 부른 신곡(하트 온 마이 슬리브)이 발매돼 스포티파이에서만 60만 회 이상 재생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두 가수의 소속사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음원 삭제를 요청하면서 각종 플랫폼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와 달리 AI 그라임스가 부른 노래들은 아티스트가 복제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음악계에선 AI 그라임스의 무더기 창작 이후 '음원 창작에서 AI의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가수의 목소리가 악용될 여지도 있다. 만약 자신의 목소리가 혐오나 갈등을 조장하는 노래에 활용되는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라임스는 "낙태 반대와 같이 정말로 해로운 가사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통한 제한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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