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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에 대한 편견 덜어줄 맛있는 한 그릇

입력
2023.06.02 10:00
15면

하토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전 4권)

편집자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오리지널 출판만화 '거짓말들'의 만화가 미깡이 <한국일보>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만화책을 소개합니다.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전 4권)·하토 지음·다이빙도브랩 발행·170쪽 등·각 1만3,500원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전 4권)·하토 지음·다이빙도브랩 발행·170쪽 등·각 1만3,500원

20대 직장인 시절에 채식을 했었다. 점심은 도시락을 쌌고 고깃집에서 회식을 하면 끝자리에서 된장찌개에 쌈채소를 먹었다. 몇 달은 그럭저럭 해냈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식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서 곧 포기하고 말았다. 40대가 돼서 다시 채식 ‘위주’ 생활을 하고 있다. 최대한 채식을 하되 상황에 따라 고기도 먹는, 분류하자면 채식의 가장 낮은 단계인 플렉시테리언이다. 문제는 고기를 먹는 ‘상황’이 외부 요인뿐 아니라 곧잘 내 컨디션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식단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있는 지금, 하토 작가의 채식 요리·일상 만화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를 집어든 건 너무나도 시의적절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는 주인공 '마두연'이 직장에서 채식 선언을 하면서시작된다. 하토 작가 제공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는 주인공 '마두연'이 직장에서 채식 선언을 하면서시작된다. 하토 작가 제공

작품은 주인공 ‘마두연’이 직장에서 “저, 채식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하며 시작된다. 이날부터 두연의 일상에는 어색하고 불편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무지하거나 무심하거나 무례한 말들이 깜빡이도 없이 훅 들어오고, 어떤 이는 드러내 놓고 불쾌함을 표시한다. 사람들이 채식주의자를 어떤 눈으로 보는지 잘 알기에 두연은 매사 조심스럽다. 육식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건 아닌데 그렇게 느낄까 봐, 유난 떠는 걸로 보일까 봐, 분위기를 망칠까 봐 말을 고르고 또 고른다. 부담 주기 싫어서 적극 권하진 않지만 사람들이 채식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는데 ‘나는 안 해’라고 선을 그으면 힘이 빠지고 외롭다. 그래도 두연은 매일 열심히 요리를 해 먹으며 하루를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는다. 잘 먹고 잘 살려고 노력한다.

답답했던 일상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두연의 영향으로 점심 한 끼는 채식을 해보겠다는 도시락 동료가 생긴다. 동료의 제안으로 두연은 채식 콘텐츠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하고 뜻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채식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친구들은, 두연이 힘들어할 때 손수 채식 요리를 만들어주며 위로를 건넨다. 두연은 깨닫는다. “세계와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다. 누군가에 의해서 내가 바뀌었듯이 나도 어딘가의 누군가를 변화시킨다.”

두연은 채식 요리를 직접 하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조금씩 변해 간다. 하토 작가 제공

두연은 채식 요리를 직접 하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조금씩 변해 간다. 하토 작가 제공

두연은 완벽하거나 강건한 사람은 아니다. 소심하고 서툴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다 죄책감과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다. 힘을 내서 오늘을 살아간다. 그런 모습이 주위에 스며들어 조용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열 명의 불완전한 지향인이 세상에 더 이롭다’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하루 한 끼,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육식을 줄이면, 줄인 만큼 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한 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채식은 맛이 없지 않냐고? 풀만 먹는 거 아니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두연씨가 요리하는 장면들을 보면 채식 메뉴의 다채로움에 한 번 놀라고 어느새 입가에 침이 흐르고 있어서 두 번 놀랄 것이다. 믿어도 좋다.

미깡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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