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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라이크' 낳은 엔씨의 '탈(脫)리니지' 꿈은 실현 가능할까

입력
2023.06.01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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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하반기 신작 '쓰론 앤 리버티' 베타테스트 체험기
높은 수준 그래픽, 대규모 전투 눈길... 액션은 아쉬움
'확률형 아이템' 탈피 BM 구성에도 게이머 반신반의

엔씨소프트가 5월 24∼30일 진행한 게임 '쓰론 앤 리버티(TL)'의 베타테스트 메인 화면. 게임 화면 캡처

엔씨소프트가 5월 24∼30일 진행한 게임 '쓰론 앤 리버티(TL)'의 베타테스트 메인 화면. 게임 화면 캡처


한국식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의 대명사로 불리는 '리니지' 시리즈의 제작사 엔씨소프트가 오랜만에 리니지란 이름을 벗는다. 게임사의 다섯 번째 플래그십(주력) MMORPG 게임을 표방한 '쓰론 앤 리버티(TL)'가 하반기 출시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5월 24~30일 사전 신청한 다수 게이머와 전국 11개 PC방 방문자를 대상으로 사실상 'TL'의 공개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게이머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이 게임이 '리니지라이크'란 별칭까지 낳은 한국형 MMORPG를 벗어나려는 엔씨의 시도임은 분명하다.



몰입도 높은 그래픽과 연출

엔씨소프트의 새 게임 'TL' 게임 도중 높은 지대에서 보는 풍경은 탐험 욕구를 자극했다. 게임 화면 캡처

엔씨소프트의 새 게임 'TL' 게임 도중 높은 지대에서 보는 풍경은 탐험 욕구를 자극했다. 게임 화면 캡처


엔씨소프트의 도움으로 26일 체험해본 TL의 주 무대 '솔리시움 대륙'은 여행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다. 그동안 기존 작품의 모바일 이식과 재출시에 치중하다 11년 만에 내놓은 컴퓨터(PC) 기반 새 게임이자, 서구권 게이머를 염두에 두고 콘솔(게임 전용기기) 시장 진출도 노리는 작품이기에 그래픽에 크게 공을 들인 것이다. 황무지와 꽃이 핀 들판, 사막과 바다, 작은 항구와 거대한 돌 도시 등을 보니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생겼다.

초반 전개의 몰입도도 높다. 주인공 캐릭터는 신의 조각을 받은 '별을 품은 자'로 불리며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 때문에 적대 세력인 아키움 군단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지만 저항군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레 이야기에 녹아든다. 큰 전개를 하나씩 끝낼 때마다 그 과거에 숨은 뒷이야기를 소개하는 내러티브는 게이머가 세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돕는다.



어쩔 수 없이 한정적인 액션

엔씨소프트의 새 게임 'TL'의 초반 전투 화면. 몬스터의 큰 공격 타이밍에 맞춰 방어 기술을 쓸 수 있다. 게임 화면 캡처

엔씨소프트의 새 게임 'TL'의 초반 전투 화면. 몬스터의 큰 공격 타이밍에 맞춰 방어 기술을 쓸 수 있다. 게임 화면 캡처


MMORPG 게임의 다른 재미 요소는 전투와 캐릭터의 성장이다. 초반의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며 성장이 쉬운 구간을 지나면 보통의 능력치를 지닌 몬스터나 던전의 정예 몬스터를 '닥사(무작정 사냥)'해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키워야 하는 구간이 온다. 이곳은 캐릭터가 알아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자동 사냥 기능으로 뚫어야 하기에 지루해지기 쉽다. 서구 게이머들은 특히 자동 사냥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편이라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 애로 사항이 될 수 있다.

직접 전투를 할 때는 최소한의 액션만 가능했다. 캐릭터를 움직여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적이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방어 기술을 사용해 공격을 막는 정도다. 제자리에 서 있을 때에만 공격하는 일명 '말뚝딜'만 가능한 점도 게임 내내 부담스러웠다. TL이 모바일이 아닌 컴퓨터와 콘솔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투의 다양성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다.



엔씨소프트의 새 게임 'TL'의 필드 보스 '퀸 블렌디'와의 전투에는 수많은 게이머 캐릭터들이 몰려들어 공동 전투를 펼친다. 게임 화면 캡처

엔씨소프트의 새 게임 'TL'의 필드 보스 '퀸 블렌디'와의 전투에는 수많은 게이머 캐릭터들이 몰려들어 공동 전투를 펼친다. 게임 화면 캡처


다만 TL이 대규모 MMORPG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필드 보스인 '모르쿠스'와 '킹 마인붐', 초대형 보스인 '퀸 블렌디'가 출현할 때에는 서버 단위의 이벤트이기 때문에 같은 시간에 접속한 여러 명이 몰려들어 한 보스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선 게임이 캐릭터의 다양한 움직임을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액션의 종류를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게이머들은 수십 명이 한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어 오랫동안 싸우는 '퀸 블렌디' 전투 이벤트를 만족스러워했다.



과금 유도 논란 '리니지라이크' 탈피하나

엔씨소프트의 새 게임 'TL'의 유료 상품인 '프리미엄 패스'는 일정한 임무를 수행하면 얻는 '시즌 패스' 획득 아이템을 무료로, 플레이할 때보다 더 얻을 수 있는 형태다. 이용자는 획득 아이템을 이용해 장비나 스킬 등을 강화할 수 있다. 게임 화면 캡처

엔씨소프트의 새 게임 'TL'의 유료 상품인 '프리미엄 패스'는 일정한 임무를 수행하면 얻는 '시즌 패스' 획득 아이템을 무료로, 플레이할 때보다 더 얻을 수 있는 형태다. 이용자는 획득 아이템을 이용해 장비나 스킬 등을 강화할 수 있다. 게임 화면 캡처


최근 한국 게임들은 '현질(돈 지불을 게이머들이 부르는 표현)'을 통해 캐릭터의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페이 투 윈·P2W) 때문에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PVP) 전쟁을 강제하는 한국형 MMORPG의 경우 특히 매출 성과가 높은데 게이머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연히 돈을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이템 자체가 아니라 '뽑기권'을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 모델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게임들은 "대놓고 돈을 쓰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 시리즈는 이런 게임의 대표로 불린다.

TL은 '탈(脫)리니지' 신호를 보내려 애썼다. 베타테스트를 통해 공개된 TL의 비즈니스 모델(BM)은 확률형 아이템이 아니라 '시즌 패스' 등 무료 서비스에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유료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다. 무조건 상대방과 싸우게 해서 게이머로 하여금 과금 스트레스를 키우게 하는 상황을 줄였다. 게임 속 세계에 중요한 이벤트나 보스가 등장했을 때를 빼면 꼭 싸우지 않아도 된다.

게이머들은 그럼에도 "엔씨소프트가 결국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도록 만들 것"이라며 우려와 의혹의 시선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엔씨가 최근 몇 년 동안 리니지 시리즈의 성공 방정식에 머물며 변하려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 회사의 최문영 개발총괄은 베타테스트를 앞두고 내건 공지를 통해 "이용자가 가장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지점이 BM임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의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BM을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리니지라이크'로 분류되는 2023년 출시 신작 게임. 맨 위부터 '아키에이지 워' '프라시아 전기' '나이트 크로우'. 각 게임 화면 캡처

게이머들 사이에서 '리니지라이크'로 분류되는 2023년 출시 신작 게임. 맨 위부터 '아키에이지 워' '프라시아 전기' '나이트 크로우'. 각 게임 화면 캡처


사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선 바뀌어야 할 이유도 많다. 우선 '확률형 아이템' 등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게 하는 상황을 두고 이용자들의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리니지'라는 유서 깊은 지식재산권(IP)의 힘이 있지만 첫 작품이 출시된 지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새로운 젊은 게이머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경쟁사의 비슷한 게임이 여럿 등장하면서 국내의 한정된 시장을 놓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오딘'과 '아키에이지 워', 넥슨 '히트2'와 '프라시아 전기',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등이 대동소이한 BM을 들고 나와 게이머들 사이에선 '리니지라이크'라는 말까지 생겼다. 엔씨는 최근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의 '리니지2M'을 베꼈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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