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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휠체어 바다로 떠민 남편...아내 40년 간병하더니, 왜?

입력
2023.05.28 14:42
수정
2023.05.28 14:5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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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휠체어 밀어 살해한 남성
마이니치신문 11차례 인터뷰
초고령사회 '간병살인' 문제 조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1월 2일 일본 가나가와현의 어촌 오이소마치의 부둣가에 노부부가 나타났다. 아내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남편은 옆에 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아내와 한두 마디 대화를 나눈 남편은 휠체어를 바다 쪽으로 힘껏 밀었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휠체어는 바다로 가라앉았다.

1982년 뇌경색으로 왼쪽 몸 전체가 마비된 아내를 40년 동안 정성껏 간병한 후지와라 히로시(81)는 그렇게 아내 살해범이 됐다. 사랑하던 사람을 제 손으로 죽이기까지 후지와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후지와라의 사연이 최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실렸다. 살인 혐의로 기소돼 구금돼 있는 후지와라를 취재한 기사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후지와라는 기자가 세 번째 방문했을 때부터 입을 열었다.

사건 10개월 전 부부 모두 건강 악화

슈퍼마켓 점원이었던 후지와라는 26세 때 동료 데루코와 결혼했다. 부부가 낳은 2명의 아들은 훌륭하게 성장했다. 결혼 14년 만에 불행이 닥쳤다. 데루코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 후지와라는 “일에 쫓겨 가족을 돌보지 못한 내 책임”이라며 직접 간병하기로 결심했다.

후지와라는 슈퍼마켓을 퇴사하고 편의점을 차렸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매일 데루코를 위해 세 끼 식사를 요리했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데루코가 좋아하는 꽃과 식물을 심었다. 이웃 주민들은 데루코가 종종 이 같은 사실을 얘기하며 행복해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초 데루코의 건강 악화로 부부의 생활은 갑자기 위태로워졌다. 스스로 휠체어를 작동해 이동할 수 있었던 데루코는 하루 종일 병상에 누워 지내게 됐다. 용변를 가리지 못해 후지와라가 하루에 몇 번씩 옷을 갈아입혔다. 후지와라도 지병인 당뇨병이 심해지는 바람에 체중이 급격하게 줄었다. 좀처럼 잠들지 못했고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아내 뜻과 다르게 요양시설 입소 추진

일본 가나가와현의 바닷가 마을 오이소마치의 항구인 오이소항 방파제 모습. 오이소마치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일본 가나가와현의 바닷가 마을 오이소마치의 항구인 오이소항 방파제 모습. 오이소마치 공식 홈페이지 캡처


데루코는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이런 상태로 입소해 봤자 (타인들에게) 폐만 끼친다. 가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럴 때마다 후지와라는 “죽을 때까지 내가 돌봐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건강도 돌봐야 한다는 주변의 강한 권유를 이기지 못해 데루코를 요양시설에 보내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 죄책감을 느낀 그는 "함께 바다에 뛰어들어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후지와라가 아내 살해를 결심한 것은 사건 당일 아침이었다. 요양시설 설명회를 며칠 앞둔 날이었다. 그는 데루코에게 “아들이 만나러 온다고 하니까 바다로 가자”고 거짓말을 했다. 부두에 도착한 데루코가 “우리 아들은 없는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 “곧 올 거야”라고 답하자마자 후지와라는 휠체어를 바다로 밀었다. 이어 자신도 뛰어들려고 했지만 아들들 생각에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보도된 내용만 보면, 간병에 지친 간병인이 간병 대상을 살해하는 '간병 살인' 사건이었다. 간병 살인은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종종 발생하는 비극이다.

귀가한 후지와라는 아들에게 연락해 털어놨고, 하루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후지와라는 “사랑하던 사람을 죽였다. 어떤 형벌을 받더라도 좋으니 죄를 제대로 받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은 오는 7월에 열린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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