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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물건 날아다니고 아수라장"...대형 사고 날 뻔한 아시아나기

입력
2023.05.26 15:11
수정
2023.05.26 18: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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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250m 상공서 탑승구 열려
30대 제주 남성 강제 문 열어
경찰, 착륙 후 붙잡아 조사 중
여객기에 승객 197명 탑승
초등학생 등 9명 호흡곤란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의 출입문이 열려 있다. 대구=연합뉴스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의 출입문이 열려 있다. 대구=연합뉴스

승객 197명이 탄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여객기가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린 채 비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추락한 승객은 없었으나,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착륙 직후 항공기 출입문을 강제로 연 30대 남성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26일 "대구공항에 착륙 중이던 항공기 출입문을 연 혐의(항공법 위반)로 이모(30·제주시 연동)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전 11시 49분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을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내부에서 여객기 좌측 3번째 비상 출입문을 착륙 직전 열었다. 이씨가 문을 열었을 때 여객기는 지상으로부터 250m 상공에 있는 상태였다.

출입문 근처에 있었던 제주도유도회 문모(46)씨는 "착륙을 알리는 기내방송이 나오고 2~3분 후 영화처럼 비행기 안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종이 등이 날아다녀 아수라장이 됐다"며 "몸이 뒤로 확 넘어갈 정도로 강한 압력이 느껴졌고, 착륙 후 비상구 쪽을 보니 승무원과 승객들이 남성 1명을 붙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은 “비행기 문이 갑자기 열리고 여기저기서 승객들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니 승무원들도 많이 당황해 보였다”며 “착륙 전까지 사고 관련 기내방송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6일 오후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문을 연 이모씨가 경찰에 긴급체포돼 대구 동부경찰서로 옮겨지는 모습. 대구= 연합뉴스

26일 오후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문을 연 이모씨가 경찰에 긴급체포돼 대구 동부경찰서로 옮겨지는 모습. 대구= 연합뉴스

오후 12시 45분 도착 예정이었던 해당 여객기에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97명의 승객과 기장 등 승무원 6명 등 203명이 탑승 중이었다. 승객 중에는 27일부터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 참가를 위해 제주 지역 초중등 육상선수 48명과 지도자 16명 등 6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출입문 근처에 있던 육상선수 8명과 지도자 1명 등 9명은 착륙 직후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인솔했던 제주도육상연맹 관계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선수들에게 특별한 외상은 없다"면서 "갑작스런 사고에 많이 놀라 응급실로 가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착륙 직후 대구공항경찰에 붙잡혀 대구동부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제주에 주소를 둔 이씨는 키 180㎝에 몸무게 100㎏ 정도의 건장한 체격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출입문 옆 자리에 탑승한 이씨가 어떤 이유에서 강제로 출입문을 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통 여객기 출입문 근처 좌석은 비상시 승무원과 함께 탈출을 도울 수 있는 승객에게 배정하고, 개폐 방식도 알려준다.

항공기 출입문은 지상 약 305m 이상 올라가면 기내와 외부 기압 차이로 강제 개방이 어렵다. 당시 아시아나 여객기는 착륙 2~3분 가량을 앞두고 고도를 낮추는 과정에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음주상태는 아니다"라면서 "문을 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항공기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협박·위계행위 또는 출입문·탈출구·기기의 조작을 하면 최대 1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26일 오후 착륙 도중 출입문이 열린 아시아나 항공기 승객 중 호흡곤란을 호소한 사람이 119에 의해 긴급 이송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26일 오후 착륙 도중 출입문이 열린 아시아나 항공기 승객 중 호흡곤란을 호소한 사람이 119에 의해 긴급 이송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대구= 김정혜 기자
제주= 김영헌 기자
대구=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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