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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진료는 빨리 받을수록 좋을까?

입력
2023.05.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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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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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진료받으러 온 사람을 초진 환자, 두 번째 이상 오는 사람은 재진 환자라고 한다. 초진 환자 진료는 경험이 많은 의사들도 쉽지 않다. 혈액ㆍ소변검사와 혈압 측정, X선 촬영이나 초음파검사 등의 결과와 문진 등의 정보를 종합해 짧은 시간 안에 정확히 진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불편함의 원인을 찾는 진단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질환 치료법을 찾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건강검진에서 콩팥 이상 소견이 나왔다면서 진료받으러 온 초진 환자 A씨. 약을 처방하고 식사와 운동 요법 등을 간단하게 설명해준 뒤에 “일주일 뒤에 다시 병원에 오세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네”라고 하면서 돌아서는데 표정이 밝지는 않다. 확실한 해결책을 주지 않고 왜 또 오라고 하느냐는 눈치다.

‘모든 환자는 응급 환자’라는 말이 있다. 복통 환자든 암 환자든 아픈 사람은 누구나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뇌졸중, 급성 신부전 등의 응급 환자는 의사들도 최대한 빠른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만성질환자들에게도 시원한 치료법을 내놓고 싶은 마음은 의사들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칼로 내려치듯이 해결할 수 있는 만성질환은 거의 없다.

예컨대 콩팥이 나빠지는 원인은 무척 많다.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 홍반성낭창(루푸스) 등은 물론, 진통제, 위장약, 흡연, 술, 비만, 무리한 운동도 포함된다.

어느 한 가지가 원인일 때도 있지만, 두세 가지 원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치료 방향을 정하는 것은 더 까다롭다. 환자에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약을 처방하면서 식사ㆍ운동 요법, 체중 감량, 소금 섭취 줄이기 등 실천 사항을 이야기해주고 1주일 또는 한 달 뒤 병원을 다시 찾아와 재검사를 받도록 한다.

그러면 “얼마 전에 검사를 받았는데 왜 또 받으라고 하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례도 있다.

환자에게 검사의 불편함이나 추가 비용 부담을 주려고 일부러 또 검사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처방한 약을 1주일 또는 한 달쯤 먹은 뒤 콩팥 기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확인하는 한편, 식사와 운동 등 생활 습관 변화를 어떻게 실천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환자는 “고기도 적게 먹고, 싱겁게 먹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소변ㆍ혈액검사를 해보면 환자 말의 진실 여부가 바로 확인된다.

만성질환 치료에서 환자의 성향 파악은 꽤 중요하다. 약을 먹어야 할 상황인데도 “체중부터 줄여보고 나중에 먹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환자도 있다. 실현이 힘든 줄 알지만, 의사가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또 약을 잘 먹겠다고 약속해놓고 제대로 먹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

이처럼 의사의 처방은 처방전 발행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는지, 약효가 예상대로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약물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환자가 치료 방침을 잘 따를지를 파악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도 의사가 일부러 진료를 늦춘다거나, 병원에 여러 번 다니게 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지닌 사람도 더러 있는 듯하다. 처음 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찾아내고, 생활 습관 개선까지 완벽하게 실천토록 해 질병을 뚝딱 고치는 의사가 있다면 전설 속에 나오는 신의(神醫)일 것이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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