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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넣으니 새 종이가 '뚝딱'… 세계 최초, 엡손 '페이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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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전래 동요에나 있을 법한 소원을 실제로 이뤄주는 물건이 나타났다. 이 놀라운 장치는 종이컵 분량 물만 있으면 헌 종이를 새 종이로 바꾸는 마술을 펼쳐 보인다. 프린터·프로젝터시장의 강자 '엡손'이 만든 세계 최초 친환경 종이재생장치 '페이퍼랩' 얘기다.
24일 방문한 일본 나가노현 엡손 히로오카 사무소. 이곳에 전시된 '페이퍼랩'에 더 이상 재사용이 어려워진 종이 뭉텅이를 넣어 봤다. 불과 몇 초 만에 페이퍼랩이 빠른 속도로 깨끗해진 새 A4 용지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만약 재생 A4 용지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충분히 일반 A4 용지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모습과 촉감을 갖추고 있었다. 엡손 관계자는 "5초에 한 장씩, 1시간이면 재생 A4 용지를 약 720장 만들 수 있고 색감·두께·크기 조절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페이퍼랩의 비결은 엡손 고유의 '건조 섬유 기술'에 있다. 통상 종이 재생 과정은 폐지를 섬유 단위로 분해한 뒤, 이를 다시 결합·가공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분해 과정에서 폐지의 잉크를 제거하기 위해 막대한 폐수가 배출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엡손은 2016년 건조 섬유 기술을 개발해 습도 유지를 위한 약간의 물을 제외하곤, 분해 과정에서 전혀 물을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만 분해 과정에서 재생이 어려운 섬유는 버려지기 때문에, 통상 A4 용지 100장의 폐지로 약 70장의 재생 A4 용지를 생산한다고 한다. 엡손 관계자는 "재생 A4 용지를 다시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헌 종이를 새 종이로 만들면 어떤 점이 좋을까. 엡손이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이다. ①종이 생산을 위해 나무를 새로 베어 낼 필요도 ②종이 원료 제조·상품 운반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③게다가 재생 종이를 만드는 데 드는 물의 양은 일반 종이 생산 대비 1%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애초에 종이 생산을 위해 나무를 생육할 필요가 없기에 가능하다. 물론 1시간 기준 6.5㎾의 전력(스탠드형 에어컨 4대가량)이 소모된다.
산업적 이점도 있다. 특히 문서 보안이 중요한 은행·정부기관 등에 유용하다. 자료의 외부 유출 없이 사무실 공간 안에서 문서 파쇄와 동시에 재생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점 덕분에 이미 일본·유럽의 공공기관·기업 75곳이 페이퍼랩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내년부터 한국에도 페이퍼랩이 출시된다.
다만 대중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페이퍼랩의 부피(가로 3m·세로 1.5m·높이 2m)는 경차 한 대와 맞먹을 정도로 큰 공간을 차지한다. 사무실 크기가 좁을 경우 사용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가격 역시 2억5,000만 원 안팎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는 “내년 출시 예정인 2세대 제품은 기존보다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가격도 합리화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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