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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이버 멍석말이에 앞장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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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에 펼쳐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은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대부분의 팬이 우리나라가 본선 8강에는 오를 거라고 예상했지만, 한국 국가대표는 한 수 아래라고 예상했던 호주에 석패하고, 일본에 큰 점수차로 패하면서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세계 3위 규모의 야구 리그 KBO가 열리는 나라의 우울한 결과였다. 야구 관계자들에게도, 팬들에게도, WBC 특수를 노렸던 배달 업체들에도.
그중 한 선수에게는 WBC가 더욱더 우울한 기억으로 남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kt 위즈의 강백호 선수 말이다. 강 선수는 호주전에서 세리머니를 하다가 실수로 아웃되고 말았다. 2루타를 친 뒤, 베이스에서 발을 뗀 채로 세리머니를 하다가 태그를 당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강 선수를 질타했다. 정작 강 선수는 이번 WBC 한국 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였지만, 그의 성적은 이 사건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WBC의 고통스러운 기억도 천천히 묻혔고, KBO의 정규리그가 시작됐다. 그런데 강 선수는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5월 18일이었다. 강 선수는 김현수 선수의 안타를 처리하다가, 너무 느슨하고 느린 송구로 앞서 있던 주자 박해민 선수의 득점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kt 위즈 패배의 단초가 되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수많은 스포츠 언론들이 온갖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이용하여 강 선수를 공격했다. '무성의한 플레이, 무슨 생각인거야'라든지, '강백호 리스크'라든지, '초등학생도 안 할 플레이'라든지. WBC에서 벌어졌던 사건까지 끌어올려서 강 선수를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선수 한 명을 일부러 매장하려고 이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강 선수가 실수한 것은 맞지만, 야구는 한 시즌 동안 144경기나 치르는 장기전이다. 그 수많은 경기 동안 저지른 한 번의 실수에 자신의 존재가 팀의 리스크라는 심각한 인격 침해까지 받아야 했을까? 99년생, 이제 스물다섯 살인 선수가?
거기다 강 선수는 한국 최고의 타자 중 하나다. 그는 2018년 신인 선수로 kt 위즈에 지명될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가 응원하는 팀 NC 다이노스에 강 선수가 온다면 나는 아마 우리집 앞마당에 석유가 터지는 것과 비슷한 기쁨을 느낄 것이다. 슬프게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이토록 대단한 재능을 가진 선수를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야구팬으로서 기쁜 일이다. 단지 조회수를 좀 끌어보려고 억지로 논란을 만들어 내서 그런 놀라운 선수 한 명을 사이버 멍석말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강 선수가 재능을 펼치기 힘들까 봐 걱정이 되고 화가 난다.
주요 포털 사이트들이 연예·스포츠 기사의 댓글 작성을 금지한 지가 꽤 되었다. 전혀 정제되지 않은 악의에 가득찬 댓글들이 연예인과 운동선수 개인에게 무수히 쏟아졌고, 이로 인해 수많은 유명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게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믿는다. 그런데, 언론이 앞장서서 악의에 찬 기사를 쓰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로 인한 피해는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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