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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작년의 절반, 1.4% 예상... 한은 총재 "파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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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파급 효과 및 정보기술(IT) 업황 반등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은은 하반기 개선을 기대했다.
한은은 25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2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낮고, 지난해 성장률 속보치(2.6%) 대비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올해 한국 경제는 팬데믹 때를 제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던 2009년(0.8%)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와 IT 반등 지연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는 현재 내수 중심으로 회복 중인 데다 미·중 갈등 같은 지정학적 문제도 있다. 해외 교역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반도체 부진으로 연결된다. 우리나라 반도체의 50%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라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IT 부문을 제외하면 우리의 연간 성장률은 1.8% 수준"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한은은 지난해 5월부터 이날까지 올해 성장률을 5번에 걸쳐 2.5%에서 1.4%로 낮췄다. 이 총재는 그러나 "파국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우리처럼 제조업 중심에 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 이 정도 성장은 양호하다"는 것이다.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도 "글로벌 교역 성장이 둔화한 탓에 우리처럼 재화나 IT 비중이 큰 나라들은 성장률 하향이 공통 추세"라고 밝혔다.
또 하반기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이른바 '상저하고(상반기 낮고 하반기 높은 성장률)' 전망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중국인 해외 관광객이 3월까지 팬데믹 대비 18% 늘었는데 최근 더 늘어났고, 중국 내부의 재고가 소진되면 이후 제조업도 살아날 것"이라고 봤다. 다만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에 따라 우리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는 시점을 올해 3분기에서 4분기로 미뤘다.
물론 불확실성은 크다. 이날 한은은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는데, 예상보다 중국 회복이 늦어지고 선진국의 은행 불안까지 확대될 경우 우리 성장률은 1.1%까지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중국 경제가 확실히 되살아난다면 1.6%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 부진은 이날 금융통화위원 6명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한 배경이 됐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6명 모두 "최종금리는 3.75%까지 열어 둬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총재도 금리를 동결했다가 지난달 다시 올린 호주중앙은행을 예로 들면서 "아예 안 올릴 것으로 보지는 말라"고 엄포를 놨다. 아직 4%대에 머물고 있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와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특히 근원물가가 생각보다 견고하다고 우려했다. 서비스 부문 소비가 강하게 되살아나면서 물가를 지탱하고 있고, 일자리를 계속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취업자 수 전망을 13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대폭 늘린 것도 여성·고령층의 구직이 활발해진 데다 서비스업 노동 수요까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은 이날 근원물가 상승률은 3.3%로 직전 전망 대비 0.3%포인트나 올렸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3.5%를 유지했는데, 지난해 대비 에너지 가격이 낮은 데다 공공요금 인상시기가 계속 지연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이 4월에서 이달 16일로 미뤄졌던 것처럼 말이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 파급효과 중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는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지난해 연말 지역에 따라 30%씩 떨어지던 부동산 가격이 금리 조정과 정부 정책으로 하락 속도가 둔화했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성장률 전망이 잠재성장률(2%)을 밑돌고, 기준금리가 아직 높은 수준이라 그럴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파급효과인 대출 연체율 증가에 관해서는 "현재 금리 수준이 계속 유지된다면 내년 초까지는 연체율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고,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능력을 따져볼 때 연체율 때문에 큰 위기가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이 총재는 "다만 소수의 금융기관과 소수의 취약계층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정책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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